네이처, '상온 초전도체' 주장 美연구팀 논문 세 번째 철회

미국 연구잔이 주장한 상온초전도체 연구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며 국제 학술지에서 철회됐다. 위키미디어 제공

국내 연구진이 상온초전도체라 주장한 'LK-99'가 현재 시점 기준 '초전도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앞서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 발견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철회했다.  

네이처는 7일(현지시간) 랑가 디아스 미국 로체스터대 기계공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섭씨 20.5도의 실온에서 초전도 현상 물질을 구현했다고 밝힌 논문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주장한 물질이 다른 연구소에선 재현할 수 없어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해당 논문에 참여한 11명의 공동 저자 중 랑가 디아스 교수 등 연구자 3명을 제외한 연구자 8명이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발표된 논문이 연구의 조사 대상 자료, 실험 측정 방법, 데이터 처리 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며 "논문의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앞서 디아스 교수 연구팀은 '질소 주입 루테튬 수소화물(NDLH)'라는 초전도 물질을 개발, 이 물질에 높은 압력을 가할 경우 섭씨 20도가 넘는 실온에서 초전도체 성질을 띤다고 발표했다. 초전도체로 인정받으려면 특정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성질, 자석 위에서 물체가 공중에 뜨는 마이스너 효과를 입증해야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초전도성을 띨 때 분홍색으로 변한다며 '레드매터(redmatter)'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지만, 또 다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디아스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신빙성 문제로 철회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에도 '네이처'에 초전도 현상을 띠는 별개의 물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지만 신뢰도 문제로 철회됐다. 이어 2023년 7월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에 게재됐던 그의 논문이 데이터 조작 혐의로 철회됐다. 이번 논문 철회는 세 번째다. 

상온 초전도체를 둘러싼 디아스 교수 연구팀의 잇따른 데이터 조작, 검증 불가 등의 논란으로 과학계는 "연구 분야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막스 에레메츠 독일 막스플랑크화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우리 분야 전반의 신뢰성이 의심받을까 우려하는 몇몇 연구자가 있다"고 밝혔다. 폴 캔필드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역시 "(초전도체 연구에 대한) 연구 자금 지원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스 교수가 속한 로체스터대는 논문 철회 이후 외부 전문가에게 요청해 디아스 교수 연구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랑가 디아스 교수. 로체스터대 제공.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