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늘어나는 '화난 어린이'…현대 의학의 처방은 이미 나와있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는 어머니와 저만치 떨어져 앉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머니는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어머니는 직장 동료의 이해를 구해 잠시 시간을 낸 터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했고, 어린이는 정당한 이유로 학교를 벗어났지만 병원 대기 시간이 학교보다 더 지루한 터라 스마트폰이 필요했다. 진료실 문이 열리자, 어린이와 어머니는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CCTV를 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집에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거든요."
어머니는 어린이를 병원에 데리고 온 이유를 설명했다. 아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첫 제보는 학원 선생님이었는데, 아들 때문에 같은 반 아이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물었더니, 별 것 아니라고 했단다. 그 아이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자신은 그러지 말라며 살짝 밀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접수됐다.
"CCTV를 보니 아들과 다른 아이가 다투는 상황을 중재하기 위해 선생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선생님은 두 아이 모두에게 어떤 훈계를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때 제 아이가 선생님을 확 뿌리치면서 교실 밖으로 나가는 거예요. 아이들끼리 싸울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선생님 앞에서도 화를 참지 못하는 행동은 엄마인 제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노의 반대말은?
"조 기자, 분노의 반대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인내는 아닌 것 같고... 음... '기대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저를 화나게 하는 사람에 대한 저만의 요령인데요,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없애 버리면 화가 덜 나는 것 같거든요."
"조 기자가 말한 건 화가 났을 때 화를 대처하는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예요. 하지만 화가 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분노의 반대말은 바로 공감입니다."
스마트폰과 공감
미국 미시간대학이 조사했다. 자신들이 보챌 때 모바일 디바이스(mobile devices)로 많이 달래졌던 3세에서 5세 어린이들을 심리분석 해봤더니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감정 조절 기능이 깨져 있고, 충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Longitudinal Associations Between Use of Mobile Devices for Calming and Emotional Reactivity and Executive Functioning in Children Aged 3 to 5 Year).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스마트폰이 세 살 어린이의 공감 능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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