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내년부터 운행될 3.5세대 KTX… ‘EMU-320’ 타보니

윤희훈 기자 2023. 11. 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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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칸 없애고 동력분산식 적용
기존 KTX-산천보다 수송능력 35% ↑
승차 환경도 개선…우등실엔 1인용 태블릿 모니터 설치
3.5세대 KTX인 'EMU-320' 열차가 7일 오전 오송역에 정차해 있다. 외관에 명시된 'KTX-이음'은 시험 운행을 위해 임시로 붙인 것이라고 코레일은 설명했다. /윤희훈 기자

지난 7일 오전 8시 50분, 오송역 7번 플랫폼에 파란색 신형 KTX 열차가 들어왔다. 열차 겉면에는 ‘KTX-이음’이라고 써 있었다. 서울-강릉 노선을 운행하는 ‘KTX-이음’ 열차가 오송역엔 왜 왔을까.

‘KTX-이음’을 똑닮은 이 열차는 현재 운행 중인 ‘KTX-이음(EMU-260)’ 열차의 고속화 모델인 ‘EMU-320′ 열차다.

코레일은 내년도 상업 운행을 목표로 ‘EMU-320′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제작사인 현대로템에서 개발을 마치고 안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안정성 평가가 진행 중인 차량을 타고 오송에서 고양시 행신동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까지 이동을 하며 새 열차를 살펴봤다.

EMU-320이라는 열차명에서 ‘EMU’는 시리즈 명칭, 320은 영업속도를 의미한다. 현재 강릉선을 운영 중인 EMU-260은 영업속도가 260㎞/h, 신규 도입을 추진 중인 EMU-320은 영업속도가 320㎞/h다. EMU-320의 최대속도는 352㎞/h다.

EMU-320 열차 하부의 차륜 부분. 이 열차는 각 차량의 바퀴가 각각 추진하는 '동력분산식'으로 설계돼 좌석 수를 기존 열차보다 많이 확보했다. /윤희훈 기자

차량 8량이 1대 편성인 EMU-320은 총 515석을 설치했다. 차량 길이가 비슷한 KTX-산천(10량 1편성)의 좌석수(379석)보다 36% 많은 수치다.

EMU-320의 수송 인력이 기존 열차보다 많은 것은 구동 방식 때문이다. 기존 KTX열차와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으로 운행한다. 맨 앞 칸과 뒤 칸에는 사람 대신 엔진이 들어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일을 한다.

반면 EMU-260과 EMU-320은 ‘동력분산식’으로 움직인다. 별도의 엔진룸을 두지 않고 각 차량 하부에 추진장치를 달았다. 이러한 기술 도입으로 지하철처럼 맨 앞 칸과 뒤 칸도 운전석을 제외하곤 모든 공간을 승객 좌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가속과 감속이 부드러운 점도 동력분산식의 장점으로 꼽힌다.

7일 시험 중인 EMU-320 일반실 좌석. 기존 KTX 열차보다 좌석 간격이 넓어 개선된 탑승 환경을 제공한다. 이날 운행된 열차의 각 좌석 앞에는 사람이 탑승한 상태를 가정하기 위한 75kg 무게추가 놓여져 있었다. /윤희훈 기자

차량 내부 공간의 편의성도 개선됐다. 우선 일반실 좌석간 간격이 기존 KTX 차량보다 넓어 편안하다. 각 좌석별 콘센트가 있고 창가에는 휴대폰 무선충전기도 2대씩 설치가 돼 있다.

창도 달라졌다. 기존 KTX와 KTX-산천은 2개 열이 1개의 창을 이용했지만, EMU-320은 1열마다 창이 하나씩 달려 있다. 창의 크기가 줄어 기차 여행시 느낄 수 있는 개방감은 줄었지만, 햇빛 가리개를 올리거나 내릴 때 앞뒷줄에 탄 다른 승객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

기존 KTX 열차에선 객실 밖에 뒀던 캐리어 등 대형 짐 수납 공간도 객실 안으로 들여왔다. 코레일 관계자는 “화물 도난이나 오인해서 잘못 가져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짐 보관 장소를 옮겼다”라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향후 열차 짐칸을 모니터링하는 폐쇄회로TV(CCTV)도 차내에 설치할 예정이다.

우등실은 조금 더 쾌적한 승차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좌석마다 설치된 태블릿 모니터이다. 흡사 비행기 좌석에 앉은 듯 했다. 태블릿 모니터로는 열차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보거나, 유튜브 시청, 웹 서핑이 가능하다. 영상의 소리는 좌석 팔걸이에 설치된 콘센트에 이어폰 등을 연결하면 된다. 다만 이날 운행한 차량은 시험 운행 상태로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실제 유튜브 등을 이용하진 못했다.

EMU-320 우등실 좌석에는 각각 전면에 태블릿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모니터를 통해 방송 및 유튜브 시청, 웹서핑이 가능하다. /윤희훈 기자

우등실은 기존 KTX 열차의 특실보단 좌석간 간격이 좁다. 기존 특실은 1열에 좌석을 3개만 둬 의자의 폭을 넓혔지만, 우등실은 1열당 4개 좌석으로 폭 자체는 일반실과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앞뒤 간격은 일반실보다 7㎝ 가량 넓어 발이 훨씬 자유로웠다.

우등실은 일반실보다 얼마나 비쌀까. 코레일 관계자는 “아직 가격 체계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반실보다 20%가량 더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반실보다 30% 비싼 기존 특실보다는 낮은 요금이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EMU-320의 안정성 평가를 위한 시험 운행을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까지 마친 후 차량을 인수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 중 2대 편성을 인수해 내년 상반기에 상업 운행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17편성을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 들어올 EMU-320의 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KTX-이음’이라고 래핑을 해둔 것은 시험운행을 위해 붙인 것이고, 공식 명칭이 정해지면 도색 및 래핑 작업을 새로 하게 될 것이라고 코레일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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