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상속세 이슈 야속해라… 불기둥 장에서도 잠잠했던 삼성 그룹주

전준범 기자 2023. 1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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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 급등한 6일
전자·물산은 상승폭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생명·SDS는 상위 50개 중 유일하게 하락

오너가(家) 상속세 납부에 엮인 삼성 그룹주 주가가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상속 이슈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삼성 그룹주는 금융당국의 공매도(空賣渡) 전면 금지 조치로 불기둥을 세운 지난 6일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삼성생명과 삼성SDS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고꾸라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연합뉴스

8일 조선비즈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최근 주가 흐름을 파악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가 중단된 첫날인 6일 실적을 특히 주목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5.66%, 코스닥 지수는 7.34% 치솟았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일 코스피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47개가 상승 마감했고, 1개 종목(SK텔레콤)은 전날과 동일한 주가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웃지 못한 종목 2개는 삼성생명(-1.29%)과 삼성SDS(-1.31%)였다. 둘 다 삼성 오너가 지분이 포함된 계열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로 불기둥 장을 즐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10월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 오너가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내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5년에 걸쳐 세금을 분할 납부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최근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었다. 신탁 계약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고, 계약 목적은 상속세 납부다. 하나은행이 위탁받은 주식을 매각해 내년 4월 30일까지 상속세 재원을 확보한다는 뜻이다.

삼성 오너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홍라희 전 관장 0.32%, 이부진 사장 0.04%, 이서현 이사장 0.14%다. 이들 중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0.65%), 삼성SDS(1.95%), 삼성생명(1.16%) 지분에 대해서도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맺은 보유 물량은 삼성물산 120만5783주, 삼성SDS 151만1584주, 삼성생명 235만5552주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고 오버행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생명과 삼성에스디에스 투자 심리가 억눌린 것이다. 이 중 삼성SDS의 경우 이서현 이사장과 이부진 사장이 작년 3월 각자 보유한 지분 302만1014주(3.90%)의 절반씩을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올해 2월 이서현 이사장이 남은 지분(1.95%)을 전량 처분하고자 신탁 계약을 맺었고, 이번에 이부진 사장도 같은 방식으로 전량 처분에 나섰다.

한 시민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삼성SDS는 7일 상승 마감(종가 13만7200원)하며 전날 충격을 만회한 데 이어 8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9년 전 상장 당시 공모가가 19만원이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오너가 상속세 리스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 한 개인 투자자는 삼성SDS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 “상장 이후 9년 동안 적자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는데 주가는 공모가를 한참 밑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삼성생명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시장 우려가 조금 풀리면서 방어주 성격의 보험주 투자 심리가 약해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험주 약세와 관련해 “하반기에 보험주가 방어주 관점에서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outperform·시장 수익률 상회)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차익 실현에 따른 주가 하락이 나타났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했다.

상속세 이슈와 연결된 다른 두 종목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6일 올랐다. 다만 각각 1.87%, 2.42% 오르는 데 그쳤다. 포스코퓨처엠(29.93%), 카카오뱅크(16.59%), 한화오션(12.13%), LG(7.09%), KB금융(5.89%) 등 다른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들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미미하다. 7일부터 8일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보합권에 머물러 있다. 삼성물산은 오름세를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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