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르포] '프로팀부터 유스까지' 월드와이드 인프라…"웬만한 월드컵 경기장 수준"

박대성 기자 2023. 11.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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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호르가 7일 홈 구장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울산현대와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를 치르고 있다. 오른쪽 하단에 전력분석관도 외국인이다 ⓒ스포티비뉴스DB
▲ 조호르 홈 팬들은 상당히 열정적이다

[스포티비뉴스=조호르(말레이시아), 박대성 기자] "현재 조호르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평가된다. 동남아시아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축구 선두 주자로 운영을 짜고 실천한다. 상당히 좋은 모범 사례." (말레이시아 대표팀 김판곤 감독)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축구에서 언더독이다. 한국·일본·호주·이란과 아직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1강팀 조호르 다룰 탁짐을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신 월드컵 경기장 수준에 프로팀부터 유스팀까지 스태프도 화려하다.

말레이시아 팀 조호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한국 팀들과 만났고 만나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인 ACL 무대를 밟은 이들은 꽤 돌풍을 일으켰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한데 모여 경기를 했던 2022년엔 조별리그를 뚫고 녹아웃 스테이지(16강)에 올라 아시아 축구팬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울산엔 지독한 악연이다. 2022년 ACL에서 조호르를 만나 연패를 허용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조호르 지역과 조호르 홈 구장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마주했다는 변수는 있지만 2020년 ACL 우승팀이자 K리그 선두에게 승점을 가져왔다. J리그 선두였던 가와사키 프론탈레도 당시 조호르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조호르는 올해에도 울산 고개를 떨구게 했다.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렸던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졌지만, 홈으로 초대한 4차전에선 승점 3점을 챙겼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역습 두 번에 골망을 출렁이며 2-1 승리를 따냈다.

▲ 조호르가 7일 홈 구장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울산현대와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에서 2-1로 이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조호르 솔라리 감독이 홈 구장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울산현대와 '2023-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단순한 돌풍이라기엔 조호르 팀 운영이 흥미롭다. 프로팀부터 유스팀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1군 팀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 에스테반 솔라리를 앉혔다. '뭐야 그냥 외국인 감독이잖아'라고 웃어 넘기기엔 1군 팀 지원 스태프와 유소년 코치진이 발렌시아에서 데려온 지도자들이다. 스페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축구 선진국들 출신들이 조호르에서 일하고 있고, 단장도 유럽 출신이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국가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 이후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김판곤 감독은 "현재 조호르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팀"이라고 말하면서 "구단 수준은 동남아시아를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있어 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에게 조호르 향후 계획을 들으니 수긍할 수 있었다. 조호르는 1군부터 4군까지 프로팀 풀을 넓혀갈 계획이며 유스팀도 걸맞게 운영하려고 한다. 10면에 달하는 훈련장을 건설, 프로부터 유스까지 한데 묶어 최고의 선수를 길러낼 생각이다.

축구 외적인 요소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 KFC, 서브웨이 등 글로벌 브랜드를 경기장 내에 입점해 축구 팬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스타디움 투어도 단순하지 않았다. 조호르 여행 패키지 중 험머(Hummer) 차량 투어를 추가해 역동성을 더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친필 사인 유니폼이 있는 클럽 스토어를 보니 조호르의 공격적인 투자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 이색적인 관광 상품과 결합한 조호르 스타디움 투어. 스타디움 투어 중엔 '험버 투어'도 있다 ⓒ스포티비뉴스DB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조호르에 왔다 간 흔적. 친필 사인이 구단 스토어에 진열됐다 ⓒ스포티비뉴스DB

직접 경기장을 보면 "우리나라 월드컵 경기장 이상으로 수준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판곤 감독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치데이엔 형형색색 LED 조명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을 감쌌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길목도 깔끔했고 홈·원정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최상급 시설을 제공했다.

덥고 습한 말레이시아 날씨지만 홈 구장 잔디는 카펫을 깔아놓은 듯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에게도 꿇리지 않을 듯한 컨디션이었다. 잔디 훼손을 최대한 줄이려고 각 테크니컬 지역엔 따로 잔디를 밟는 구역도 만들었다.

탄탄한 인프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이 하나둘 늘어나면 대표팀에도 영향을 끼친다. 김판곤 감독은 "정말 모범적인 팀이다. 조호르 덕분에 말레이시아 대표팀이 덕을 본다"고 말했다. 월드컵 예선 등에서 예전보단 좁아진 동남아 팀과 차이. 그 간격이 얼마나 더 빨리 좁혀질지 지켜볼 만한 일이다.

▲ 조호르는 잔디도 최정상급으로 투자하고 관리한다
▲ 조호르 홈 구장 라커룸 ⓒ스포티비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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