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불법공매도 의혹' 국내 증권사 PBS…직격탄 맞나
헤지펀드 상대하는 PBS부서, 공매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HLB 주주들, 수년간 신금투 불법 공매도 창구 의혹 제기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증권사들이 불법 공매도 연루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하면서까지 불법 잡기에 주력하겠다고 선전포고 했는데 그 칼끝이 증권사로 향할 수 있어서다.
특히 헤지펀드를 고객으로 하는 증권사 전담 중개 업무(PBS·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부서도 초긴장 상태다. PBS는 업무 특성상 공매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라임펀드 사태로 한차례 진통을 겪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운데 공매도 이슈로 다시 부서 축소 등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공매도 전면금지에 PBS 타격 불가피
이에 헤지펀드를 상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PBS 부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는 소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 중에서도 고수익·위험 회피 등 보다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말한다.
PBS의 메인 업무 중 하나는 국내 헤지펀드에게 공매도 물량을 제공해주는 '대차 중개'다. 국내에서는 차입 공매도만 합법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삼성전자를 공매도하기 위해선 그에 앞서 해당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에게서 빌려와야 한다.
PBS 부서는 기관·법인 등의 동의를 얻어 이들이 보유한 주식을 빌리고 그 대가로 수익을 준다. 그리고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에게 수수료를 떼고 주식을 재대여해준다. 주식을 서로 빌려주고 받는 거래를 대차 거래라고 하는데, 법인·기관들의 예탁 계좌를 관리하는 증권사가 중간에서 중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체 PBS 업무에서 이 같은 대차 중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30%, 많게는 절반이 넘는다. 그만큼 주 수익원인 셈이다.
하지만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못하게 되면 대차 거래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정부 방침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안 그래도 라임펀드 사태로 위축됐던 PBS 시장이 또 진통을 겪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1조6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펀드 사태 당시 총 투자금 중 총수익스와프(TRS) 서비스를 통한 투자금만 6700억원에 달했다. TRS는 환매 중단 사태에서 손실을 두배 가까이 키우는 역할을 했다.
TRS는 PBS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증권사가 특정 자산이나 현금·증거금 등을 담보로 증권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신한과 KB 등은 TRS 계약을 통해 투자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은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시키고 서비스 수수료만 챙겼다.
또 당시 신한투자증권 PBS 부서 임원은 라임펀드의 기준가를 조작하는 등 펀드 부실을 숨기고 판매, 투자자 피해를 키운 혐의로 징역 8년 등을 선고받았다.
당시 라임 사태와 가장 크게 연루된 신한투자증권은 사실상 PBS 사업에서 철수하며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신한투자증권의 펀드 수탁고는 2019년 말 1조8738억원에서 현재 2704억원까지 줄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부서를 축소하거나 스왑 거래 업무를 하지 않는 등 사업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다시 한번 금융당국이 라임 등 사모펀드를 재조사하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반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은 PBS 몸집을 키우고 있다.
증권사 PBS, 뭐하는 곳?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 전반이 공개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때문에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PBS 부서도 증권 업계에서조차 베일에 싸여있기로 유명하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강력한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을 적용하고 있다. 리테일·운용 본부 등과 다른 층을 쓰고 서로 내선 통화가 되지 않게 하는 등 철저히 차단돼있다.
PBS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만 할 수 있는 종합 금융서비스로, 현재 자격이 있는 9개 증권사 중 6곳만 사업을 영위 중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PBS 사업에 진출한 6개 증권사들의 사모펀드 수탁고(설정액 기준)는 45조8746억원으로 집계됐다.
헤지펀드를 상대하다 보면 대차 중개 외에도 공매도와 관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헤지펀드에게 공매도는 위험 분산을 위해 필수적인 전략이다. 예를 들어 한 섹터는 매수하면서도 포트폴리오에 있는 특정 종목에만 공매도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도 있고, 심지어 한종목에 대해 롱숏 전략을 쓰기도 한다. '롱'은 오를 것에 베팅하는 매수 포지션을, '숏'은 내릴 것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을 말하는데, 양쪽 모두 취하면서 위험을 헤지하는 거다.
예를 들어 한 종목을 10주 매수, 10주 공매도한 뒤 주가가 오르면 매수한 곳에서 이득이 발생했으니 익절하고 공매도 포지션에서 '물타기'를 하는 거다. 나중에 주가가 다시 내리면 이익이 난 공매도에서 포지션을 청산하고 떨어진 주식을 저가에 매수한다. 펀드 자산 청산·결제를 PBS가 맡고 있다면 증권사 이름으로 공매도가 나간다.
이번에 불법 공매도의 온상으로 지목을 받은 글로벌 IB들의 PBS 부서도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자 하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에게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한다.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주식을 공매도하고자 하는 경우 글로벌 IB와 매도 스왑 거래를 체결하고 해당 IB는 이를 헤지하기 위해 시장에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다.
국내 증시 공매도의 상당량이 글로벌 IB 이름으로 나오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에 해당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만연했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금감원은 이달 글로벌 IB 10여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불법공매도 조사, PBS에도 미칠까
더구나 개미들이 의심하던 관행적 무차입 공매도가 해외 PBS 부서에서 실제로 적발되기까지하며 의심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PBS 부서가 그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법 공매도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었던 만큼 지금 당장 검사 대상은 아닐지 몰라도 향후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HLB 주주들은 JP모건과 함께 신한금융투자가 수년간에 걸쳐 불법 공매도를 자행했다고 주장해왔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공매도 패턴이 시세조종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신금투는 "있을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이슈 이후 PBS를 축소하긴 했지만 철수할 계획은 없다"며 "지금 문제없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IB는 스왑 거래가 메인이고 국내는 주식 대여 업무 중심"이라며 "워낙 공매도 인식이 안좋은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에게 공매도가 가능하도록 주식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다보니 개인들 불만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PBS 일이 헤지펀드 니즈에 필요한 일이면 하는 거다 보니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게 업계에서 서비스가 생겨나는데, TRS처럼 그게 나중에 문제가 되기도 하고 선에 걸쳐있기도 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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