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입김’에 ‘주식 확인’까지…與에 떨어진 ‘문자노출’ 주의보
당내서도 지적 “총선에 치명타 우려…사무실서 보거나 경각심 가져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이 한 달 새 공식 석상에서만 네 차례나 논란성 문자 내용이 노출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진석 의원이 '청탁 입김 문자'를 확인하는 장면은 물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주식 거래내역 확인 문자를 보내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여권 내부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당이 혁신위원회까지 띄운 상황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문자노출에 연루된 첫 인사는 조수진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당내 2기 지도부 인선이 발표된 지난 10월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성호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나눈 카카오톡 내용이 포착돼 진땀을 뺐다. 당시 뉴시스가 촬영한 사진에서 조 최고위원이 주요 당직자 임명안을 보내자 김 전 부원장은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라고 답했다.
해당 논란이 발생한 시점은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5% 포인트 이상으로 참패한 직후였다. 당시 당내에선 '김기현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뜨거운 상황이었다. 관련해 김 전 부원장은 논란이 발생한 당일 사과 메시지를 전하고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직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당내 전략 노출도 있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이 3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원내대변인에게 "저희가 이번에 김포 다음 공매도(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매매 기법)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뉴시스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해당 문자노출 이후 공매도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사 청탁과 관련한 입김 문자 의혹도 불거졌다. 정진석 의원이 6일 의원총회에서 지역구(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의 고등학교 동창회장으로부터 공무원연금공단 산하 업체의 사장 승진을 청탁하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확인하는 장면이 한겨레에 포착된 것이다.
정 의원이 받은 메시지엔 "천안상록의 ○○○(직급 이름)이 (공주고) 55기 후배인데 사장 승진을 원한다. 다음주 (사장) 공고가 나는데 용산 실장 입김이 세다고 한다. 정의원님이 도와주시면 얘는 (승진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관련해 정 의원은 "카카오톡을 읽었을 뿐이고 답변도 안 했다"며 "민원 카톡을 아예 봉쇄할 수 없지 않느냐. 나는 인사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하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해당 논란이 발생한지 채 하루만인 7일, 신원식 장관도 주식 거래 내역을 문자로 확인하는 장면이 뉴스핌에 포착돼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솔루스만 매도 1000주 24250원 사모님 767주 24250원"이라는 주식거래 확인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후 "네. 장 마감 후 어제처럼 총액 보내주세요"라고 답장했다.
이로 인해 당시 예결위 회의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야권에서도 "신 장관이 회의에 참석해 예결위 심사를 받는 과정에 언론에 주식 거래를 하고 있는 내용이 포착됐다"며 "위원장은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신 장관은 "예결위 전체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보낸 문자"라며 "예결위 중 직접 주식 거래를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같은 연이은 '문자노출' 사고에 당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런 문자 하나가 총선을 앞두고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들도 언제나 지켜본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며 "무게감 있는 자리에서 공적 영역의 메시지 관리는 개인이 각별히 주의하고, 되도록 사무실 등 사적 공간에서 확인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해당 문자 내용이 당정이나 대통령실과 관련된 문자였으면 내년 총선에 치명타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혹여 대통령실과 연관되거나 공천 관련 내용이 메시지에 들어갔으면 총선 정국에서 여당이 한방에 훅 갈 수 있었다"며 "특히 여당이 메시지와 관련해 민감한 내용이 더 많은 만큼, 당 차원에서 메시지 노출 역풍이 불지 않도록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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