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역사에 두 번은 없었다", 오타니의 '본즈 지우기' 만장일치 새 역사를 바라본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지난해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62홈런을 터뜨리며 아메리칸리그(AL)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수립했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가 만장일치로 MVP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가 진행한 투표에서 30명 모두 저지를 1위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2명이 오타니 쇼헤이를 지지하는 바람에 만장일치가 무산됐다. 해당 기자는 LA 주재 AP의 에인절스 담당 그렉 비참과 디 애슬레틱의 에인절스 담당 샘 블럼 기자였다.
그러니까 AL 15개 연고 도시에서 2명의 BBWAA 소속 기자가 MVP 투표에 참가하는데, 오타니의 연고 도시인 LA 소속 기자 2명 모두 저지를 외면한 것이다. 두 기자는 저지를 2위에 올려놓았다.
블럼 기자는 자신이 오타니를 1위로 뽑은데 대해 당시 기사를 통해 '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치들은 많다. 또한 저지를 선택한 투표자들의 주장도 그러할 것'이라며 '내가 오타니를 선택한 기본적인 이유는 이렇다. 그는 매우 높은 수준의 타격과 매우 높은 수준의 투구를 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즌을 만들었다'고 했다.
저지의 홈런 기록이 훌륭하지만, 오타니의 투타 겸업 성적이 더 가치있다고 한 것이다. 오타니는 작년 타자로 15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3(586타수 160안타), 34홈런, 95타점, OPS 0.875, bWAR 3.4, 투수로는 28경기에 등판해 166이닝을 던져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 219탈삼진, WHIP 1.012, bWAR 6.2를 각각 기록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동시에 넘겼지만, 저지가 61년 만에 AL 홈런 기록을 깨트린 성과에 가려지고 말았다. 물론 합계 bWAR이 오타니는 9.6으로 저지의 10.6에 한참 미치지 못한 측면은 있었다. 오타니는 MVP 투표 소식을 들은 뒤 필 네빈 당시 에인절스 감독과의 통화에서 "내가 탈 줄 알았다"며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오타니가 본인이 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저지를 외면한 기자 2명의 주장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고 각자 옳다는 근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오타니는 올시즌에도 AL MVP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텍사스 레인저스 '쌍포' 마커스 시미엔과 코리 시거와 함께다. 현지 매체들 대부분은 오타니가 MVP를 수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만장일치' 여부다.
오타니는 2년 전인 2021년 만장일치로 MVP에 올랐다. 베이브 루스(1919년) 이후 102년 만에 투타 겸업을 블럼 기자의 표현처럼 매우 수준높게(extremely high level) 현실화한 오타니는 만화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이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해 MVP 2위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였다. 타율 0.311, 48홈런, 111타점, 123득점, OPS 1.002를 친 게레로 주니어 역시 1위표를 한 개도 얻지 못한 걸 마뜩잖게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타니의 투타 성과가 시미엔과 시거가 넘기에는 너무 높아 보인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먼저 마감했음에도 타율 0.307(497타수 151안타), 44홈런, 95타점, OPS 1.066, OPS+184, 투수로는 23경기에서 132이닝에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 167탈삼진, ERA+ 142를 마크했다. bWAR은 타자로 6.0, 투수로 4.0, 합계 10.0을 채워 2년 전보다 0.4를 보탰다.
시미엔과 시거는 bWAR이 각각 7.4, 6.9로 AL에서 오타니와 양키스 게릿 콜(7.5)에 이어 3,4위다. 오타니와는 비교가 어렵다. 다만 텍사스가 정규시즌서 92승72패로 AL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오른데 있어 두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이었음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만약 오타니가 이번에도 만장일치 MVP 오른다면 역사적인 기록을 또 세우게 된다. BBWAA가 지금처럼 순위점수제로 MVP를 선정하기 시작한 1931년 이후 두 차례 만장일치 MVP에 등극한 선수는 없다.
역대 만장일치 MVP 19명은 1935년 행크 그린버그(타이거스), 1936년 칼 허벨(자이언츠), 1953년 알 로젠(인디언스), 1956년 미키 맨틀(양키스), 1966년 프랭크 로빈슨(오리올스), 1967년 올랜도 세페다(카디널스), 1968년 데니 맥레인(타이거스), 1973년 레지 잭슨(애슬레틱스), 1980년 마이크 슈미트(필리스), 1988년 호세 칸세코(애슬레틱스), 1993년 프랭크 토마스(화이트삭스), 1994년 제프 배그웰(애스트로스), 1996년 켄 캐미니티(파드리스), 1997년 켄 그리피 주니어(매리너스), 2002년 배리 본즈(자이언츠), 2009년 앨버트 푸홀스(카디널스), 2014년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 2015년 브라이스 하퍼(내셔널스), 그리고 2021년 오타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 이번 겨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 예상되는 오타니가 팀을 옮긴다면 MVP 시즌 직후 이적하는 두 번째 사례가 된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본즈가 1992년 내셔널리그(NL) MVP에 오른 뒤 FA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틀었다. 본즈는 또한 데뷔 후 6시즌를 채우고 FA가 되기 전 MVP를 두 차례(1990년, 1992년) 수상했는데, 오타니가 그 두 번째 케이스가 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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