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노모 ‘알몸’으로 내쫓은 딸…1심은 무죄였다는데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hjk@mkinternet.com) 2023. 11. 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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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추운 겨울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를 알몸 상태로 내보낸 뒤 1시간이 넘도록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 여성이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8일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 A씨(49·여)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은 결과다.

A씨는 지난해 70대 노모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으로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의 학대는 지난 2021년 12월9일 전북 전주시의 A씨 자택에서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50분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자신의 어머니 B씨에게 옷을 벗으라고 했다. B씨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었다.

A씨는 이후 알몸 상태인 어머니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당시 기온는 10.6도였다. 지나가는 이웃 주민이 B씨를 발견했을 당시 B씨는 추위에 온몸을 떨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은 B씨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A씨 집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A씨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다른 주민도 A씨 집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렇게 B씨는 1시간30분가량 밖에 방치돼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이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B씨를 데리고 A씨 집을 방문해서야 A씨는 문을 열어줬다.

1시간 뒤쯤 경찰의 연락을 받고 A씨 집을 찾은 B씨 담당 사회복지사는 B씨가 나체로 엎드려 누운 채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B씨가 왜 옷을 벗고 있느냐’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A씨는 “B씨가 자꾸 옷을 벗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회복지사는 B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B씨 몸을 돌렸다. 하지만 B씨는 이미 숨을 쉬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사회복지사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B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저체온증 또는 급성 심장사로 보인다”라면서도 “당뇨합병증이나 다른 기저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결국 A씨는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법정에 섰다.

A씨는 1심 재판에 법정에 서서 “어머니에게 옷을 다 벗고 밖으로 나가라고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고의로 학대한 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봤다. B씨가 원래 지병이 있는 상태에서 저체온이 악화인자 또는 유발인자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부검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줘 자신의 말에 따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다른 외부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온 것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들이 ‘고령의 치매환자로 당뇨까지 있는 피해자가 밖에 있었다면 얼마든지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학대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간 인과 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20대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왔고 정상적인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학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오로지 피고인만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라며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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