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에 칼 빼든 정부… 6000억 베팅했으나 퇴로 막힌 글로벌 사모펀드
TPG 지분 사려던 우리금융, 협상 전면 중단
IPO 차질 불가피…기업가치마저 하락
국내 1위 모빌리티 호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금융감독원이 분식 회계 감리에 나선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부당 가맹계약과 기술 탈취 혐의 등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카카오모빌리티에 총 6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구주를 인수하려던 우리금융그룹은 발을 뺐고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그룹이 TPG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모빌리티 사업의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약 4000억원을 들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사려고 했으나 절차를 전면 중단한 것이다.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는 지난달 카카오가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를 받고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을 때부터 TPG 지분 인수를 재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까지 터지자, 결국 지분 인수를 백지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최근까지 매출을 부풀린(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회계감리에 착수한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가 손님을 태울 때 운행 요금의 20%를 받고 제휴 계약 활동비로 15~17%를 돌려주는데, 금감원은 이를 분식회계로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닥친 악재는 그뿐이 아니다. 공정위는 ‘콜 차단’ 행위와 부당 가맹 계약 혐의 등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해 왔으며, 최근에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까지 발송했다. 그러던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민생 타운홀 미팅’에서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매우 부도덕하다.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기름을 부었다.
대형 악재가 잇달아 터지자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려던 재무적 투자자(FI)들의 계획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금융그룹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 후 IPO를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던 TPG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감원의 이번 회계감리가 IPO 계획이 있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회계심사에서 비롯한 만큼, 앞으로 IPO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TPG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초기부터 투자한 글로벌 PE다.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로부터 물적분할해 출범하자마자 오릭스PE·한국투자파트너스·한국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 5000억원을 베팅했다. 이후 칼라일그룹과 함께 추가 투자까지 단행해, 총 21%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랐다.
TPG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는 모건스탠리PE를 이끌었던 이상훈 대표가 TPG 서울사무소 수장이 된 후 진행한 첫 번째 대규모 투자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한때 삼성그룹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 부회장의 장남으로, 토종 PEF 운용사 글랜우드PE를 이끄는 이상호 대표의 형이기도 하다.
시장에선 엑시트를 추진하던 TPG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PEF는 보통 펀드 운용 기간(대부분 10년) 중 초기 5년 동안 투자하고 후기 5년을 회수에 할애한다.
TPG는 이미 작년에도 한 번 엑시트에 실패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대주주(지분율 57%)인 카카오의 지분 일부와 TPG컨소시엄 지분을 모두 포함한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자 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MBK 입장에선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가맹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높은 수수료와 매출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금감원 감리가 시작됐고, 또 사회적 비판까지 거세지자 결국 수수료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시장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가맹 택시 수수료 체계의 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사업자와 노동조합이 모인 택시 4단체, 가맹 협의회, 지역 사업자 등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20% 수준인 수수료를 다소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서 수수료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를 기존 10%에서 5% 수준으로 낮춘다면, 시장 점유율이 같다고 가정할 때 매출액이 50%로 줄어들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가 그동안 매출 비례 방식(PSR)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타격이 클 전망이다. 현재 90%를 넘어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 점유율이 현 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이미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1주당 가격은 현재 1만3000원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3조2867억원으로, TPG가 2021년 추가 투자에 나설 당시의 기업가치(3조5000억원)보다 낮다.
TPG가 최근 일부 지분을 매각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크다. TPG는 작년 5월 16만1000주 가량의 구주를 대신증권에 일부 매각했는데, 당시 대신증권의 주당 취득 가격은 3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총 발행주식 수를 대입해 계산한 기업가치는 7조8000억원 수준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만 놓고 봐도 이미 상장은 불가능하다”면서 “정부의 택시 규제를 뚫고 신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는 만큼 결국 카카오는 TPG와 협의해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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