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타자 홍창기·마무리 고우석 향한 염경엽 감독의 굳건한 ‘신뢰’… 두 선수가 응답해줘야 LG가 산다

남정훈 2023. 11. 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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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LG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LG는 지난 7일 열린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승제) 1차전에서 KT에 2-3으로 패했다.

역대 40번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이 승부가 갈리지 않은 1982년을 제외한, 승부가 갈린 39번의 1차전 중 승리팀이 최종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29회다. 확률은 74.4%. LG를 25.6%의 가능성으로 내몰렸단 얘기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2대3으로 패배한 LG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경기 전 염 감독은 “선수들이 나만큼, 아니 내 이상으로 간절함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게 다소 과하면 흘러넘쳐서 수비 실책이나 주루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내내 ‘망설임은 적이다. 다만 침착함과 차분함을 유지하고 경기에 임하자’고 얘기했다”며 만반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그러나 염 감독의 기대와는 달리 1회 처음부터 LG 선수들은 실책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1회 KT의 톱타자 김상수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도루하는 과정에서 포수 박동원의 실책이 나와 3루를 헌납했고, 황재윤의 유격수 앞 땅볼로 너무나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장성우의 평범한 3루 땅볼을 3루수 문보경이 더듬으면서 선두타자 출루를 내줬다. 이어진 무사 1,2루에서 문상철의 벤치 사인 없는 단독 번트로 삼중살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경기를 내줄 수 있었다. 4회에도 1사 1,2루에 나온 장성우의 적시타 때 유격수 오지환이 중계 플레이 도중 어이없는 송구를 하고 말았다. 홈 대시를 망설이던 알포드가 포수에게 던진 공까지 빠지는 것을 보고 들이댔다가 태그 아웃되었기에 오지환의 송구 실책은 그리 부각되지 않았다.

이후 LG 선수들은 긴장이 풀린 듯 연신 호수비를 보여줬다. 6회 신민재는 황재균의 안타성 타구를 미끄러지듯이 잡아 아웃시켰고, 좌익수 문성주도 알포드의 장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냈다. 7회엔 2사 1,2루에서 나온 김민혁의 적시타 때 우익수 홍창기가 홈으로 뛰던 장성우를 좋은 송구로 저격해냈다.
지난 7일 염경엽 LG트윈스 감독이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 앞서 열린 사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수비는 안정화를 찾았지만, 타격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LG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줘야 하는 홍창기의 부진이 유독 뼈아팠다. 홍창기는 정규리그에서 타율 0.332 출루율 0.444 109득점을 올린 선수다. 홍창기의 출루율은 0.444로 2위 구자욱(0.407)을 큰 차이로 벌린 독보적 1위였다.

그러나 홍창기는 주전급으로 도약한 2020년부터 가을만 되면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0년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선 1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2021년에도 안타 2개로 타율은 1할대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플레이오프에서 11타수 1안타. 세 시즌 간의 가을야구에서 통산 37타수 3안타. 타율은 0.081로 채 1할이 되지 않는다.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도 가을에 약한 면모는 이어졌다. 경기 전 염 감독은 “1회 공격에서 (홍)창기가 출루하면 도루 사인을 낼지, 번트나 앤드런 사인을 낼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홍창기는 1회뿐만 아니라 모든 타석에서 출루하지 못했다. 1회 초구를 건드려 플라이 아웃당한 홍창기는 2회에도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 1사 1,3루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고, 6회엔 삼진, 9회 마지막 타자로 나섰을 때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고우석이 9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뉴스1
가을만 되면 이렇게나 부진하지만 염 감독의 홍창기를 향한 믿음은 굳건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염 감독은 “이제 첫 경기가 끝난 것뿐이다. 내일은 (홍)창기가 잘 해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9회 등판해 2아웃을 잘 잡고도 볼넷과 2루타를 내주며 패전투수가 된 마무리 고우석을 향한 믿음도 여전했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의 몸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 딱 하나, 실투 하나였는데 문상철 선수가 잘 친거다. 직구 구위가 나쁘지 않은데 변화구 실투가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면서도 “우리 마무리 투수로서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두 선수를 향한 신뢰는 당연하다. 고작 한 경기에서 못 했다고 시즌 내내 1번 타자를 맡아서 팀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해준 홍창기의 타순을 조정할 순 없다. 고우석 역시 LG 불펜 내에서 입지는 언터쳐블이다. 2차전 1점차 리드 9회에 고우석을 올리지 않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과연 염 감독의 믿음에 야구에 홍창기와 고우석이 응답해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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