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안났는데…" 삼중살 역적에서 역전 영웅이 됐다…"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결자해지 [MD잠실 KS]
[마이데일리 = 잠실 김건호 기자] 분위기를 끊는 삼중살 때문에 역적으로 몰렸다. 하지만 결승타를 때리며 완벽하게 만회했다. 영웅이 됐다.
문상철(KT 위즈)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 7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2삼진을 기록했다.
문상철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 모두 지명타자로 출전해 4안타(2홈런) 2타점 4득점 2볼넷 4삼진 타율 0.267 OPS 1.086을 기록했다. 올 시즌 끝내기 안타 3개를 기록한 클러치 능력을 플레이오프에서도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첫 타석은 좋지 않았다. 2회초 선두타자 장성우가 3루수 문보경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 배정대가 안타를 때리며 무사 1, 2루가 됐다. 타석에 나온 문상철은 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타구가 포수 앞에 떨어졌다. 박동원이 3루로 송구해 장성우를 잡았다. 이어 오지환이 1루로 던져 더블플레이로 연결했다. 그사이 배정대가 3루 진루를 노렸지만, 신민재가 문보경에게 공을 줬고 문보경이 태그해 배정대를 잡았다. 삼중살이었다.
역대 두 번째 한국시리즈 삼중살이 나왔다. 2004년 10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초 삼성 양준혁이 삼중살을 기록한 뒤 19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이후 마음에 부담이 컸던 탓일까. 문상철은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삼진으로 물러났고 7회에는 1사 1, 2루 득점 기회 때 타석에 들어섰지만, 또다시 삼진 아웃당했다.
하지만 2-2로 팽팽하던 9회초 모든 것을 만회했다. 2사 후 배정대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문상철이 타석에 나왔다. 문상철은 고우석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커브를 때려 좌측 담장 상단에 맞는 타구를 날렸다. 배정대는 전력 질주해 홈까지 들어왔다. 문상철의 역전 적시 2루타로 KT가 경기를 뒤집었다. 9회말에는 박영현이 등판해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KT의 3-2 승리로 1차전이 끝났다.
이날 경기 데일리 MVP에 선정된 문상철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우석은 국내에서 직구 구위가 가장 좋다. 타이밍을 빠르게 잡았던 것이 주효했다"며 "2스트라이크 이후여서 가장 빠른 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격할 수 있는 존을 설정했다. 그곳에 들어오면 망설이지 말고 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회초 번트는 벤치의 지시가 아닌 본인 판단으로 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의 짐이 컸을 것이다. KT 이강철 감독은 "누가 번트 사인을 내겠나. 본인이 역으로 번트하려고 한 듯하다. 고영표가 잘 던져서 LG에 승기를 안 넘겨줬다"며 "1점 차 승부가 아니라서 치게 했다. (문)상철이한테도 공격적으로 치라고 주문했는데 의외로 본인이 번트를 스스로 했다. 이겨서 충격 안 받을 것 같다. 번트 대서 당황했다. 정말 영표가 잘해준 것 같다. 삼중살이 나왔기 때문에 컸는데 정말 잘 막아줬다"고 말했다.
문상철은 "사인이 안 나왔는데, 선취점을 뽑고 역전당했다. 제 생각으로는 빨리 동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직접 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수월하게 갈 수 있었는데 분위기까지 LG에 넘어갔다"며 "마음이 무거웠는데 옆에서 선배들, 동료들이 1개만 치면 된다. 찬스 걸린다고 해서 빨리 비워내려고 했다. 결과가 좋았으니 비워졌다고 해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문상철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번트를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이제는 사인대로 하겠다"며 "타순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상황이 그런 상황이었다. 빨리 점수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사 2, 3루가 되면 점수를 뽑기 편하지 않을까 했다. 진루시키는 것을 생각했다"고 했다.
문상철은 삼중살 이후 두 번 삼진을 당했다. 이후 결자해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망설이면서 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마음에 그게(삼중살) 좀 있었는데 정확하게 치려고 하다 보니 타이밍도 안 맞았다. 유한준 코치님과 이야기해서 조금 수정을 한 게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문상철은 정규 시즌 고우석을 상대로 3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 역시 고우석 상대로 강한 모습인 것을 알고 대타 기용을 하지 않았다.
문상철은 "들어갈 때마다 공이 항상 좋다. 결과가 좋을 뿐이다. '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은 안 한다. 타이밍 늦지 않게 하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타석에 들어가는 것 같다"며 "결승타 쳐서 기분이 좋은 것보다는 팀이 이긴 것이 더 좋다. 파이팅 열심히 하고 실수하면 서로 격려 많이 했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이기는 것이 첫 번째다. 이겨서 기분 좋다"고 전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은 경기 개시 5시간을 앞두고 매진됐다. 잠실구장의 2만 3750석이 꽉 찼다. 특히, 21년 만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LG 팬들이 3루 응원석에도 많이 있을 정도로 많은 LG팬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문상철은 "많은 팬분 앞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가득 메워주셔서 감사하고 재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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