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바로 ‘이것’

곽노필 기자 2023. 11.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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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당의 두 가지 기능이 비만 유발
배고픔 유발하고 지방 분해 억제
과당이 배고픔을 유발하고 지방 분해를 억제해 비만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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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한 이후 비만 퇴치는 세계 보건 당국의 주요한 과제가 됐다. 보건기구는 2004년 ‘다이어트·운동·건강에 대한 세계 전략’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비만 문제는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이 넘는다. 성인이 6억5천만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청소년과 어린이도 각각 3억4천만명, 3900만명이나 된다. 세계비만연맹의 ‘세계 비만 지도’ 보고서는 세계 비만 인구(성인 기준)가 2010년 5억명에서 2030년 1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 25kg/㎡가 적정체중과 과체중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체질량지수가 30을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비만을 부르는 요인은 크게 유전적 요인과 칼로리 과잉 섭취, 활동량 부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비만 관리의 핵심은 식생활이다.

과당은 배고픔을 유발하고, 지방은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픽사베이

모든 걸 통합하는 ‘과당 생존 가설’

영양 전문가들은 지방과 설탕(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서구식 식단이 보편화한 것을 비만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인지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있다. 설탕을 주범으로 보는 쪽은 설탕 또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하고, 지방을 주범으로 보는 쪽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비만 탈출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의대 연구진이 해묵은 논쟁의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비만의 진정한 근본 원인은 과당으로 수렴된다는 주장을 국제학술지 ‘비만’에 발표했다. 과당이 칼로리 섭취의 가장 큰 원천은 아니지만 기름진 음식을 찾게 만드는 충동을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과당은 말 그대로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는 흰색의 단당류 탄수화물이다. 체내에서 포도당을 통해 생성되기도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과당은 두가지 방향에서 비만을 촉진한다. 첫째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억제하여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 삼인산) 수치를 낮춰 배고픔을 유발한다. 둘째는 이와 동시에 ATP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는 것도 차단한다. 두 가지 메카니즘이 함께 작동하면서 몸에 과잉 에너지가 축적돼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존슨 교수는 “비만에 관한 수많은 이론, 즉 퍼즐 조각들은 모두 과당이라는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통합된다”며 이를 ‘과당 생존 가설’이라고 불렀다. 이 가설에서 과당은 배고픔을 유발하고, 지방은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곰은 긴 동면에 앞서 과일을 섭취해 지방이 활동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차단한다. 픽사베이

과일 섭취로 겨울잠에 대비하는 곰

한쪽에선 배고픔을 유발해 식품 섭취를 유도하고, 다른 한쪽에선 섭취한 에너지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이런 모순은 어떤 상황에선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능이다. 연구진은 동면하는 동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과당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면 저장된 지방이 활동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차단해 곰이 긴 겨울잠을 잘 수 있도록 해준다. 곰이 겨울을 대비해 과일을 먹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과당 생존 가설의 핵심 개념은 비만을 저에너지 상태로 보는 것이다. 존슨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과당이 활동 에너지를 지방 저장으로 바꿔주는 통로라는 것을 밝혀냈다”며 “과당이 에너지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이론을 통합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에너지 불균형 가설, 탄수화물-인슐린 모델, 단백질 활용 가설, 종자유 가설 등 비만에 대한 주요 가설들은 겉으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당 생존 가설로 알려진 새로운 가설을 기반으로 모두 통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당의 기능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는 동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이 통합 가설을 검증하려면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02/oby.23920

The fructose survival hypothesis as a mechanism for unifying the various obesity hypothes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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