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프로듀서, 일문일답 "미야자키, 본인의 진짜 모습 그리려 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전국 150만 관객을 돌파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영화의 주역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와 스튜디오 지브리 스탭과의 일문일답을 공개했다.
이들은 국내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영화의 연출 의도부터 제작 과정 등 특별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Q. 요시부 겐자부로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오리지널 스토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는데?
A.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감독은 매번 제목을 정해 놓고 작업한다. 타이틀이 내용을 결정한다고 해도 좋겠다. 그동안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왔는데 본인이 잘 모르는 미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마히토는 굉장히 어두운 면이 있는 소년인데 본인의 어린 시절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때문에 매 장면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며 작업했고, 그런 무게와 진중함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목이었다.
Q. 이 영화의 테마는?
A.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보통 영화를 만들면서 테마를 생각해 나가시는데 최종적으로 이번 테마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건 진정한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Q. 영화 속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A.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감독님이 이번 영화 제작 시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건 본인 자신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거기서 중요한 인물로 대두한 것이 '다카하타 이사오' 큰 할아버지의 역할이고, 왜가리는 바로 나 '스즈키 토시오'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주인공 마히토와 왜가리가 옆으로 나란히 앉아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보고 미야자키 감독과 내가 얘기를 나눴던 게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기억을 하고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동받았다.
Q. 이번 작품에 7년이 걸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A. (스즈키 토시오)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제작하려고 했던 의도이다. 보통은 최종 3년 정도면 한 작품을 완성했었다. 이번에는 좀 다르게 접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산을 확보하고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작비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최고의 퀄리티를 목표로 만들었다. 나는 감독의 성향을 보아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Q. 프레임 수가 역대 최대라고 하고, 모든 장면을 수작업으로 작업하는 등 지금 트렌드랑은 다르게 수작업을 고집하신 이유가 있다면?
A. (스즈키 토시오)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에서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즐거울 만한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Q. 히사이시 조와 요네즈 켄시의 작업이 화제다. 음악을 맡은 합류 과정은?
A. (스즈키 토시오) 히사이시 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후로 계속 맡아왔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요네즈 켄시는 내가 먼저 알고 미야자키 감독에게 제안을 했는데, 마침 미야자키 감독이 요네즈 켄시의 '파프리카'라는 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요네즈 켄시는 4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Spinning Globe'라는 감동적인 주제곡을 만들어 냈다.
Q. 가장 애착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스즈키 토시오) 전편에 있어 모든 신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이긴 하지만, 왜가리 안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신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절대 CG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2D가 아니면 절대 그려낼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스다 마사키의 목소리 연기가 두 가지로 들리는데 어떤 디렉팅이 있었는지?
A. (스즈키 토시오) 왜가리를 더빙할 때는 실제 새소리를 듣고 목구멍을 으깬 듯한 걸걸한 목소리로 표현하려 했다.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는 마히토를 내팽개치는 듯한 느낌을 주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동료가 되어 함께 나아가는 두 캐릭터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있어, 점점 새(동물)로서 왜가리의 느낌이 빠지고 후반에는 새처럼 보이지 않도록 표현했다.
Q. 아이묭은 첫 더빙 연기인데 캐스팅하게 된 비하인드가 있다면?
A. (스즈키 토시오) 아이묭은 언젠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성우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오디션 기회가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 속 여주인공 목소리는 대체로 여성스럽다. 하지만 아이묭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털털한 목소리를 가진 여주인공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히미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고 하며 만족했다.
Q. 왜가리나 와라와라를 잡아먹는 펠리컨, 잉꼬 등 새들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새들을 많이 등장시킨 특별한 이유나 의도가 있으신 건지?
A. (스튜디오 지브리) 미야자키 감독의 집 옆에는 연못이 있는데 거기에 왜가리가 자주 나타난다. 가만히 서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신비롭고,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느낌도 있어서 영화에 등장시킨 것은 아닐까 한다. 미야자키 감독은 판타지 느낌이 강한 작품을 만들 때 일반 인간을 개('명탐정 홈즈' 시리즈)나 토끼(단편 영화 '빵반죽과 계란 공' (Mr. Dough and the Egg Princess)>)로 대체해 그린 바 있다. 이번 앵무새를 예로 들면 새는 식욕이나 생존욕에 충실하게 사는 생물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 군상을 앵무새에 비유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쇼이치가 처제와 결혼을 한다는 설정이 한국 관객에게는 조금 낯선데,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
A. (스튜디오 지브리) 과거 일본에서는 전쟁이나 병으로 부부 중 한 명이 일찍 죽는 경우, 고인의 남매와 재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당시 결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남녀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보다는 타인의 집에 시집을 간다(장가를 간다)라는 의미가 더 컸기 때문이다.
Q. 한국에도 지브리 팬들이 많은데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스즈키 토시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얘기하기도 했지만 이건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작품에 있어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이번 작품에는 지금까지 그려보지 않았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게 감독에게는 굉장히 두근거리는 이야기이고, 본인의 진짜 모습을 그려내야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걸 표현하지 못하면 아마 죽어도 죽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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