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이야기에 힐링 됐다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3. 11.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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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눈시울이 왜 붉어지나.
2. 정신질환 범죄 증가 속에서 ‘정신병동’을 미화했다?
3. 의드+러브라인, 클리셰 피할 수 있었던 건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새로운 힐링물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감독 이재규)가 등장인물 하나하나 포근한 시선으로 아우르며, 화면 밖 사람들에게도 온기를 전한다.

그 중심엔 히트메이커 이재규 감독이 있다. MBC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킹 투 하츠’,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까지 메가폰을 쥘 때마다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끌어냈던 이 감독은 이번엔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이상희, 전배수, 노재원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손잡고 인간 내면의 이야기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덕분에 공개 3일 만에 국내 톱10 중 1위를 차지했다.

7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이재규 감독 또한 시리즈 외적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재규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쟁점1. ‘정신병동’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이재규 감독은 5년 전 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세가지 중심 축을 세웠다.

“힙하고, 자극이 되며, 힐링할 수 있는 이야기란 세가지 축이었어요. 정신 건강에 관한 소재라는 게 힙하고, 이야기 흐름은 긍정적으로 자극적이고, 머리와 가슴을 함께 때리는 힐링도 있다는 점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세 축에 딱 맞는 얘기였고요. 그러면서도 고려해야할 게 많았죠. 실제 정신병동 시공간을 100% 이 작품 안으로 가지고 오면 보기 힘들 수도 있고, 반면 정신병동을 자극적으로만 그리면 정신질환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어서 기획 단계부터 부드러운 에피소드들을 선택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에게 계속 자문을 받으며 작업했어요. 그럼에도 최근엔 워낙 갈등이나 자극이 센 드라마들이 주목을 받아서, 혹여 이 잔잔한 작품을 안 좋아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아서 기쁘고 행복해요. 어쩌면 이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고 인식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요. 정신병이라는 증상은 감기처럼 직관적으로 알 수 없는데, 걸렸다고 깨달아도 ‘너 유난 떨지마, 정신력이 약해서 그래’라고 핀잔을 받잖아요. 하지만 병원을 가지 않으면 더 악화될 수밖에 없고 나중엔 나약해진 자신을 자책하게 되죠. 저도 과거 공황장애에 걸렸을 때 그랬고요.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이 정신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더불어 이 작품도 재밌게 봐준 것 같아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쟁점2. 정신질환을 아름답게만 그렸다?

정신질환 관련 범죄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신병동’ 환자들을 아름답게만 그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금 흘러나왔다. 이 감독도 모르지 않았다.

“저도 그런 걱정을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대다수 그런 범죄들은 정신질환을 치료받지 않거나 방치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정신질환이 완치는 어려울 수 있지만 치료를 받으면 스스로나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살아갈 수 있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죠. 약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나 심한 가족력이 있는 이들도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하고요. 또 그런 면으로 살펴볼 수도 있어요. 어떤 사회에서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듯이 환자 중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그렇지만 그 일부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나 그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미워해서는 안 되잖아요. 마지막에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 경계에 있는 경계인이다’란 대사처럼, 그런 마음을 전하려고 했어요.”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쟁점3. ‘기승전-러브라인’을 피하기 위해

휴먼 메디컬 드라마에 ‘러브라인’이 더해지면 무조건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작품 안 강다은(박보영)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멜로 관계에 고심했다는 그다.

“사랑이나 우정은 사는 데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랑 얘기를 완전 빼고 일상 생활을 얘기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나치게 주객이 전도되지 않고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꿀맛집 로맨스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강다은을 비롯해 동고윤(연우진), 송유찬(장동윤) 모두를 다 응원하게 되는 그런 관계요. 그런 시선으로 접근했어요. 그리고 그 러브라인은 박보영이 아니었다면 표현하기 어려웠을 거로 생각합니다. 다은이 유찬의 마음을 오랫동안 못 알아보는 걸 ‘고구마’라고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박보영이 가진 이미지가 워낙 예쁘고 귀여워서 세 사람의 서사도 완성된 것 같아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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