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송은이, 소년과 소녀는 시간을 달려[인터뷰]
32년 전 서울예대 교정을 누비던 소년과 소녀는 시간을 달려 어엿한 감독과 제작자(방송인)가 되었다. 부침 심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서로를 향한 응원도 한몫 했다. 이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달리는 러닝메이트가 됐다. 신작 ‘오픈 더 도어’ 장항준 감독과 제작자 겸 방송인 송은이다.
“송은이와 알게 된지 놀랍게도 32년이 됐어요. 당시엔 신입생(송은이)과 복학생으로 만났고, 제가 밥도 많이 사줬죠. ‘가요무대’ 같은 얘기인데, 그때 시작된 인연으로 이젠 제작자와 감독이란 어엿한 직업을 갖고 일적으로 만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요. 32년 전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온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건 서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요. 송은이는 그때와 키도 똑같고 얼굴도 똑같아요. 큰 회사 대표가 되었지만 대학 다닐 때 순수함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죠.”(장항준 감독)
“저도 장 감독님과 똑같아요. 그때 감독을 꿈꾸면서 아웃사이더처럼 글만 쓰던 오빠가 감독이 됐고, 그 어렵다던 영화계에서 몇 작품씩 해내며 사랑받는 위치에 와서도 장 감독님이 방송을 수십년 하며 버텨온 저와 마인드가 똑같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이 됐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 작품을 들고 감독과 제작자로 갔는데요. 32년 전 만난 코흘리개 송은이와 장항준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장항준 감독과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 송은이 대표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32년지기끼리 함께 제작한 ‘오픈 더 도어’에 관한 애정, 변치 않은 우정, 그리고 32년 뒤 서로에게 바라는 미래상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송은이에게 장항준이란? “인간적 도전에 자극 주는 선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첫 영화를 제작하려는 송은이 대표와 실험적인 도전을 해보고 싶은 장항준 감독의 마음이 딱 맞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영화가 가진 의미와 목적에 딱 맞는 영화예요. 예능을 잘하는 감독이 진지하게 자신의 평소 삶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를 오롯이 잘 녹여낸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예전에 장 감독님에게 ‘뭐가 좋은 영화야?’라고 물었을 때 ‘생각할거리가 많은 게 좋은 영화야’라고 대답했는데, 첫 영화니만큼 그런 걸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작품이 그랬고, 첫 영화로 내놓기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송은이 대표는 32년간 한결같은 친구와 함께 가는 길이라 든든한 믿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업계라는 점도 좋았고요.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소소하게 서로 밥을 사기도 하고요. 그런 인연이 얼만큼 소중한지 비슷하게 느끼고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는 게 우리 둘이 닮은 점 같아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2호, 3호 영화도 제작하려고 하는데요. 팟캐스트로 출발한 회사인 만큼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뭐든지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동안 팟캐스트로 많은 이에게 영향력 있는 내용을 전하고 후배들에겐 우리의 판로에 대한 영향력을 줬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첫 영화 제작 파트너로 장항준 감독을 선택한 것 뿐만 아니라, 평소 매체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 송은이 대표가 장 감독을 위해 선뜻 인터뷰에 나선 것만 봐도 ‘장항준’ 이름 석자에 대한 애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송은이에게 ‘장항준’은 어떤 존재일까.
“박수치면 웃어주는 장난감 있잖아요? 하하하. 그건 농담이고요. 장항준이란 인간적 도전에 대한 자극을 주는 좋은 선배에요. 이번에 작업해보니 서로 해치지 않아서 좋았고요. 앞으로 32년 뒤에도 함께 막걸리를 마시면서 ‘오빠는 술 좀 줄여’라고 말하겠지만, 그때도 지금과 같이 고민이 있더라도 유쾌하게 막걸리 한 잔 나누면서 껄껄껄 웃을 수 있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
■장항준에게 송은이란? “정글 속의 거울”
그럼 ‘장항준’에게 ‘송은이’는 어떤 의미일까. 장항준 감독은 ‘정글 속의 거울’이란 아리송한 대답을 내놨다.
“세상엔 우리와 다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다른 크기의 힘으로 투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와중에 혼자서 걷다 보면 숲에 다다르고, 그 숲에서 우연히 만난 거울을 바라보면 그 안엔 저와 비슷한 형체가 있죠. 그 거울을 발견한 느낌이에요. 나나 송은이는 서로 같은 방식으로 대하거든요. 고함을 지르거나 채찍을 들어선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 걸 싫어하고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점도 닮았고요.”
그런 송은이 대표였기에 도전 정신 강한 ‘오픈 더 도어’를 연출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평소처럼 대자본이 만약 간섭했더라면 부담이 컸을 거에요. 투자금을 뽑아내지 못하면 난 패배자가 된다는 부담감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온전히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죠. 누가 범인인 게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 ‘왜’가 중요한 이야기라서, 이야기 본질을 구현하는 데에 독립영화 틀이 가장 알맞았고, 또 그걸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첫 작업을 무사히 끝낸 장 감독 역시 송은이 대표와 32년 뒤에도 함께 술 마실 수 있는 ‘귀여운 노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단 제 목표는 틀니를 하지 않는 거에요. 80대 후반일테니 건강이 제일 중요할 텐데, 송은이 같은 친구들과 술을 여전히 마실 수 있는 체력을 길렀으면 하네요. 또 궁극적인 목표가 생겼는데요. 좋은 친구를 많이 가진 너그러운 노인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면서도 괜찮다면 되도록 오랫동안 영화 현장에 있었으면 하고요. 지금 제 또래 감독들이 많이 사라졌고, 또 사라지고 있는데요. 그런 면에서 전 ‘항준’이가 참 대견한 것 같아요. 헤헤. 왜 ‘항준’이라고 하냐고요? 귀엽게 보이려면 3인칭으로 말해야 한다던데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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