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만주로부터 이어진 ‘슬픈 력사’ 를 애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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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곽효환(한국문학번역원장·사진)의 새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문학과지성사)에 담긴 '라즈돌노예역에서' 중 한 부분이다.
라즈돌노예역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고려인 약 18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될 때 이들을 실은 열차가 출발한 곳.
'북방의 시인' 곽효환은 광대한 북방을 가로지르며 생각한다.
19세기 북방의 "슬픈 력사"가 지금도 이어지는 것을 시인은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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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울다 간 사람’ 출간
2010년부터 북방 여정 계속
“기적 소리 어둠 속에 아득히 멀어진다/가난하고 슬프고 시름 많은 삶을/억척스럽지만 어질게 산 사람들은/그렇게 가고 그 잔상도 마침내 사라진다/희미하게 비껴들던 붉은빛 스러진/빈 역사 바람벽에 기대어 나는/홀로 우두커니 서 있다”
시인 곽효환(한국문학번역원장·사진)의 새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문학과지성사)에 담긴 ‘라즈돌노예역에서’ 중 한 부분이다. 라즈돌노예역은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고려인 약 18만 명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될 때 이들을 실은 열차가 출발한 곳. ‘북방의 시인’ 곽효환은 광대한 북방을 가로지르며 생각한다.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들을.
2010년 ‘지도에 없는 집’(문학과지성사, 2010)에서부터 이어져 온 시인의 북방 여정은 이번에도 계속된다. 연해주·만주 등을 아우르는 노정에서 시인은 ‘시대의 정거장’ ‘시대의 강가’를 서성거리고 귀 기울인다. 그러다 그 찻길과 물길을 지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백석, 윤동주, 이용악……. 시인의 관심은 이름이 알려진 이들에게만 머물지 않고 나아간다. “월이 혹은 순이”로 불린 사람들, 고려인들, 뱃사람들. 시인은 묻는다. “이 강을 이 산을 이 황야를 그리고 이 길을/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넘었을까” “징용이었을까 독립이었을까 혹은 혁명이었을까” 그리고 이 “무명의 사람들”이 흘린 조용한 눈물을 응시한다.
19세기 북방의 “슬픈 력사”가 지금도 이어지는 것을 시인은 애도한다. ‘죽음을 건너 죽음으로’는 “굶주림을 피해 사선을 넘은 지 10년 만에 쌀이 남아도는 나라의 수도 변두리 아파트에서” 아사한 탈북 모자의 사연을 담고 있다.
지금, 이곳에서 계속되는 슬픔을 마주하며 시인은 손을 내밀고, 함께 운다. 연대의 힘을 믿는다. “한없이 흐르는 슬픔, 나는 그 깊이와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다가가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곁에 앉아 그와 함께 울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혹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의 등을 쓸어주며 작은 온기를 흘려보내고 두 팔을 벌려 너덜너덜해졌을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어야 할 것 같다/사람들은 이렇게 슬픔에 감염되고 슬픔을 통해 연대한다/저마다의 몸과 마음에 난 크고 작은 구멍들을 추스르고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중)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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