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뜨자, 한국어로 “언니 예뻐요” … K-팝, V-팝과 하나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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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일 베트남 호찌민 더글로벌시티에서 열린 '젠 페스트'(Gen Fest). 페스티벌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가수 이효리는 객석을 가득 메운 1만5000명의 현지 팬을 보면서 감격에 겨운 듯 이렇게 물었다.
이효리를 비롯해 현아, 지코, 자이언티 등 K-팝 가수 4팀과 베트남 가수 11팀이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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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일 관객 3만명 운집
현아· 지코· 자이언티 등 4팀
베트남 가수 11팀 합동 무대
“평균 연령이 30대인 베트남
K-콘텐츠에서 트렌드 차용”
호찌민(베트남) = 글·사진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저를 언제부터 좋아하신 거죠?”
지난 4∼5일 베트남 호찌민 더글로벌시티에서 열린 ‘젠 페스트’(Gen Fest). 페스티벌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가수 이효리는 객석을 가득 메운 1만5000명의 현지 팬을 보면서 감격에 겨운 듯 이렇게 물었다.
인구 평균 연령이 30대인 베트남은 K-콘텐츠 수요가 높아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K-팝 전초기지’라 불린다. 이를 입증하듯 이틀간 젠 페스트에는 약 3만 명의 젊은 팬들이 운집했다. 능숙하게 한국어 노래를 따라부르고 한국어 플래카드를 든 현지 팬들은 매일 오후 5∼12시, 총 14시간 이어진 축제를 만끽했다.
베트남을 처음 방문한다는 이효리는 자신을 대표하는 ‘텐미닛’과 ‘유고걸’로 포문을 열었다. 전주가 시작되자 환호하던 현지 팬들은 떼창으로 이효리의 등장을 반겼다. “20년 전 제 모습을 기대했을 텐데 40대 이효리가 나타나 놀랐나”라고 운을 뗀 이효리가 “팬들은 언제나 같은 눈으로 저를 바라봐주는 것 같다. 제 남편도 저를 20대로 안 보는데 여러분이 더 저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자 팬들은 한국어로 “언니 예뻐요” “반가워요”라고 화답했다.
이효리는 가수로서 공백이 꽤 길었다. 하지만 베트남 팬들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K-팝 가수들을 접하며 팬이 됐다. 4일 가수 지코가 무대에 섰을 때는 그가 Mnet 예능 ‘쇼미더머니’에서 선보였던 노래들을 랩까지 따라부르는 현지 팬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하 티 투 프엉(Ha Thi Tu Phuong) 미튜브(metub) 겸 웹티비아시아 베트남 CEO는 “베트남 팬들은 단순히 노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K-팝 가수들이 참여하는 예능도 빠지지 않고 챙겨보고 있다”면서 “K-팝을 보고 듣고 자란 이들이 이제는 V-팝(베트남 팝)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젠 페스트의 주제는 ‘K-팝과 V-팝의 만남’이었다. 이효리를 비롯해 현아, 지코, 자이언티 등 K-팝 가수 4팀과 베트남 가수 11팀이 무대에 올랐다. 헤드라이너는 K-팝 가수의 몫이었다. 4일 엔딩은 현아가 책임졌고, 5일에는 이효리가 무대에 올라 젠 페스트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V-팝 가수들이 K-팝 가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이언티를 보며 가수가 되길 결심했다”는 렌 에번스(wren evans)는 자이언티와 합동 무대를 제안했고, 자이언티는 흔쾌히 응하며 그의 히트곡 ‘그냥’을 함께 불렀다. 노래를 마친 두 가수가 무대에서 뜨겁게 포옹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이 외에도 요즘 V-팝을 대표하는 여가수인 티린(tlinh)은 자신의 무대를 마친 후에도 한참을 기다리다가 이효리를 찾아가 인사했다. 이효리는 무대를 마치며 “첫 베트남 방문인데 정말 좋은 인상을 받고 간다. 베트남 가수와도 같이 해보고 싶다. 소개시켜달라”면서 “잘생긴 남자 가수면 더 좋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젠 페스트는 공연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행사를 겸한 종합 페스티벌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식인 떡볶이를 먹고 있던 20대 현지 여성은 “한국의 매운맛에 반했다. 불닭볶음면도 자주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아시아 12개국을 아우르는 웹티비아시아 프레드 청(Fred Chong) 총괄 CEO는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은 개성과 주관이 뚜렷하다. 그리고 많은 트렌드를 K-콘텐츠로부터 차용하고 있다”면서 “K-팝이 아시아 젊은이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현지 가수와 K-팝 가수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는 페스티벌을 매년 아시아 전역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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