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가면’에 담긴 삶의 지향점…국립민속박물관 ‘MASK’ [전시리뷰]
우리는 역할, 지위 등에 따라 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옛 사람들 역시 가면을 쓰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그 속에 소망을 담고 한을 풀어냈다. 이제는 일상이 돼버린 가면의 의미와 가면극에 담긴 옛 사람들의 이상을 풀어낸 전시가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의 탈을 비롯해 중국의 나희, 일본 가구라 등 유물 2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을 선보인다.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삼국의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가면을 비교해가며 가면극에 녹여낸 각기 다른 이야기와 삶의 지향을 풀어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일본 ‘가구라’ 가면을 내걸어 일본 가면의 유래와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1부-다른 이야기’는 삼국 가면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국 가면극의 특징은 풍자와 해학, 어우러짐이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 결국 화해하고 다 같이 춤을 추며 끝난다. 전시에선 곱슬머리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양반’ 가면과 붉은색 얼굴과 큰 코로 벽사(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침), 남성성을 나타낸 ‘말뚝이’ 등의 가면을 볼 수 있다. 특히 불타지 않아 원형이 보존된 1930년대 ‘동래야류’에 등장하는 말뚝이 가면을 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중국의 가면극 ‘나희’는 역사 속 영웅의 이야기를 그린 점이 도드라진다. 여러 소수민족에 따라 나당희·지희·관색희·사공희 등 그 명칭도 다양하다. 전시에선 중국 귀주성 전설에 따른 24신을 그린 가면과 서유기, 삼국연의 등 영웅들을 형상화한 다양한 가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의 가면극 ‘가구라’는 신에게 올리는 제사의 한 과정으로 연행되는데, 신사에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가구라를 전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부-같은 마음’에서는 삼국의 가면극이 결국 배불리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뤄졌다는 공통점을 조명했다. 풍어·풍농의 의미를 담아 ‘강릉관노가면극’에 사용된 ‘장자마리’를 비롯해 중국의 ‘나공’·‘나파’, 일본의 ‘기쓰네’·‘오쿠로텐’ 가면 등이 전시됐다. 특히 국내에 남아있는 탈놀이 가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국보 ‘안동 하회탈 및 병산탈’ 11점 등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삼국 가면의 조형성을 비교한 ‘3부-다양한 얼굴’에선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오아란 학예연구사는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극은 형태는 다르지만 잘 먹고 잘 살길 바랐던 마음은 같았다”며 “행복을 추구했던 삼국의 가면 문화를 살펴보면서 관객들도 2024년에 대한 소망, 기대를 가지고 전시장을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달 24일부터 선보인 전시는 내년 3월3일까지 이어진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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