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하이쿠키’ 송민엽 PD “남지현·최현욱 배우들 덕에 깊이 생겼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ksy70111@mkinternet.com) 2023. 11.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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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키’ 송민엽 PD가 배우들의 열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공|U+모바일tv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관련 사건이 사회, 연예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가운데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가 주목받고 있다. 극중 욕망을 이뤄주는 ‘쿠키’가 마약을 상징적으로 연상시키면서 시의성, 사회성을 더해서다.

‘하이쿠키’(극본 강한)를 연출한 송민엽 PD가 최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U+모바일tv 10부작 웹드라마 ‘하이쿠키’는 한입만 먹어도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송민엽 PD는 지난 2021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연출한 바 있다. 아련한 멜로물로 호평을 받았던 ‘오월의 청춘’ 이후 차기작으로 스릴러에 가까운 ‘하이쿠키’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송 PD는“대본을 재미있게 봤다. 전작과 다른 재미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오히려 비슷한 작품이었다면 꺼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보다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며 “도전적일 수 있는 장르와 정서를 가진 드라마라서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하이쿠키’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한국에 공개되고 있는데 최근 넷플릭스 비오리지널 시리즈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직 해외에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송 PD는 “성공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게 보는 분들이 계시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이라 시청률이 몇십퍼센트 나오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보는 분들 중엔 재미있게 보는 분들이 계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송 PD는 시청자 반응을 언급하며 “겁이 나서 많이는 안보려고 하는데 찾아본다. 드라마를 만들 때 가장 좋은 댓글은 디테일한 의미를 짚어주는 것 보단 ‘재미있다’는 말이다.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게 목적이다. 안좋게 보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잘 만들걸’ 하는 죄송한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형적인 인물과 전개에서 벗어난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이쯤 되면 주인공이 이렇게 하겠지? 저 인물은 이런 사람일 거야’ 등 예상하면서 보는 부분을 비틀려고 했다. 어색하거나 납득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납득되면서도 신선하게 보여진 것 같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이쿠키’ 캐릭터들에는 ‘반전’이 심어져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송 PD는 “재미있는 드라마는 예상이 아예 안된다기 보다는 기분좋게 배신할 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반전을 시청자분들도 재미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그동안 마약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은 어른들의 이야기이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암흑가의 이야기가 중점적이었다. 그러나 ‘하이쿠키’에서는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런 설정을 한 이유가 있을까.

송 PD는 “이 작품을 작가님이 처음 기획한 것은 3년 전이다. 지금처럼 마약에 대한 이슈가 많지 않았을 때”라며 “외국 뉴스들을 보면 미국 등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때 각성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실제로 처방을 받기도 한다더라. 하이 쿠키가 실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분이 부가된 판타지적 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마약이 이슈가 되다보니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저는 ‘하이쿠키’가 말도 안되는 드라마적인, 판타지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적 이슈 때문에) 너무 리얼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 같다. 약물이 중점적인게 아니다. 이런 판타지적인 설정이 있고, 인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중점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쿠키’ 포스터. 제공|U+모바일tv
‘하이쿠키’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최수영(남지현 분), 최민영(정다빈 분) 자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약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풀어간다. 송 PD는 “두 사람은 약자이자 피해자다. 이런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기 가장 쉬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고,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부모 아래 태어나 부잣집에서 잘 사는 인물이라면 안 그랬을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할 일도, 쿠키에 손을 댈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하다보니 세졌는데 수영, 민영 자매는 과장됐지만 아픈 상처나 기억, 불행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영, 최민영 자매는 서로 다른 상처를 지녔다. 최수영이 마음에 상처를 가진 인물이라면 최민영은 얼굴에 커다란 상처를 가지고 있다.

송 PD는 “수영이는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일방적으로 폭력적이거나 화만 내는 인물이 아니고 복합적이면서 들쭉날쭉하다. 수영이는 마음에 흉터가 있어서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지현이 ‘묶여보고 납치되고 죽는 역할은 많이 해봤는데 직접 가해하는 건 처음’이라더라. 아직 많이 안해본 역할이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출연을 제안했다. 본인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망이 있었던 것 같더라. 연기도 잘했다. 다양한 모습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게 어려운데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최민영에 대해서는 “얼굴의 흉터라는게 대표적인 이미지인데 드라마적으로, 시각적으로 쉽게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흉터를 선택했다”면서 “흉터는 감추고 싶어하지 않나. 민영이는 항상 마스크를 쓰고 흉터를 가리고 다니지만 어떻게든 안보려주려고 하진 않는다. 굳이 보이고 싶진 않아서 가리긴 하지만 마스크를 벗는 장면에서도 숨으려 하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행동한다. 그런 부분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영이 어린 시절 가정 폭력으로 상처를 입게 된 사실을 묘사한 장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매가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한 중요 설정이 담겨 있어 묘사를 안 할 순 없었다. 너무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려 했는데 어렵더라”고 돌아봤다.

송 PD는 또 서호수 역을 맡은 최현욱에 대해 “고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고등학생 역할에 최적화 되어 있더라”며 “호수가 숨기고 있는 모습이 많다. 그런 반전이 중후반부에 보여지는데 소화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현욱은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부분이 있다.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매력있더라. 같은 대사도 다르게 표현한다. 편집하면서 보니 임팩트 있더라”고 칭찬했다.

‘하이쿠키’의 주연 배우들은 청춘 스타들이다. 경륜 있는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극이 아닌 만큼 신경을 쓸 부분이 많았을 법 하다. 송 PD는 “주인공들 나이가 20대 초반, 고등학생 즈음이다보니 캐스팅에 중점을 둔 건 연기도 중요했지만 인물에 최적화된 사람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일이 지시하면서 작업하진 않았고 배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제가 책임져야 하니 결국 제 마음대로 하긴 하지만 배우들이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신선하게 짚어주더라. 아이디어를 내줘서 작품을 덜 식상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이 어떤 부분에서 의견을 내줬냐는 질문에 송 PD는 “캐릭터가 자리잡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촬영을 시작할 때는 전체적인 시놉시스는 있었지만 대본이 절반 정도 나왔고, 뒷부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작가님과 함께 리딩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대본만 봤을 때 ‘수영이는 이렇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남지현이 연기하는 수영이를 보고 생각이 자리잡은 부분이 있어요. 호수의 경우는 태생적으로 기가 약하고 이용 당하고 사는 인물을 생각했는데 최현욱이 연기하는 것을 보니 ‘약해서 굽히고 사는게 아니고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굽히고 사는 인물’로 보이더라고요. 배우들 덕분에 작품의 깊이가 생긴 것 같아요”(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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