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의 ‘땅 파기’, 문제 행동인가요?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2023. 11.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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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의 멍냥대백과] 냄새 통해 정보 획득하는 반려견의 정상적 행동… 물건 숨기기, 스트레스 풀기 위한 목적도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견 보호자라면 우리 집 강아지가 왜 땅을 파는지 한 번쯤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반려견이 땅바닥을 긁고 파는 데는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자신의 냄새를 퍼뜨리려고, 물건을 숨기거나 찾으려고, 소리 또는 냄새로 다른 동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덥거나 추울 때 체온 조절을 하려고, 단순 호기심에 또는 심심함을 달래려고 등이 그것입니다.

냄새로 정보 얻는 반려견

반려견이 땅바닥을 긁고 파는 데는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다. [GETTYIMAGES]
첫 번째부터 설명해보겠습니다. 반려견은 주로 냄새를 통해 신체적·사회적 정보를 얻습니다. 냄새에는 다른 강아지의 영역, 발정기 등 여러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견은 대소변을 본 뒤 땅을 파는 행동으로 자신의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립니다. 자신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거죠. 반려견이 물건을 숨기거나 찾기 위해 땅을 파는 경우도 많은데요. 일례로 담요 안에 보호자로부터 받은 간식을 보관하거나, 담요에 감춰진 장난감 등을 찾는 것입니다. 이는 반려견으로 하여금 지적 능력을 적극 활용하게 하고, 반려견의 후각 사용 빈도를 높이기에 긍정적입니다. 또 반려견은 곤충 등 땅속에 사는 다른 동물의 소리와 냄새를 감지해 땅을 파기도 합니다. 실내생활을 하는 반려견에게는 거의 해당 사항이 없지만 추울 때는 땅속이 더 따뜻하고, 더울 때는 땅속이 더 시원하기에 체온 조절 목적으로 땅을 파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보호자를 둔 반려견이 땅을 파는 가장 주된 이유일 텐데요. 산책, 놀이 등 신체 활동 시간이 부족한 반려견은 혼자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땅을 파는 행동을 하곤 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따져봤을 때 땅 파기를 문제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반려견이 땅 파는 행동을 반복해 장판이 벗겨지거나 담요, 이불 등이 찢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보호자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죠. 이때 반려견의 땅 파기 욕구를 대신 충족해줄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땅 파기가 문제 행동? No!

욕조나 간이 수영장에 물을 약간 채운 뒤 얼린 간식과 장난감을 띄워주면 반려견의 땅 파기 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다. [GETTYIMAGES]
여기서 반려견의 문제 행동 개념을 한 차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행동이란 반려견이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불편함을 초래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 '심각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즉 보호자가 반려견의 특정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바람직하진 않아도 정상 행동 범주에 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땅 파기 등 반려견의 특정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문제 행동이라 보고 훈련이나 교정을 하기에 앞서 조율부터 해야 합니다. 땅을 파는 반려견, 불편함을 느끼는 보호자 어느 쪽도 잘못이 없지만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보호자가 반려견의 욕구를 풀어주면서 땅 파기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비단 땅 파기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집 밖에서 소음이 날 때 반려견이 격렬하게 짖는다면 이 행동이 보호자에게는 귀찮고 싫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오랜 기간 낯선 상황을 경계하도록 발달·진화해왔기에 어찌 보면 짖는 것이 당연한 행동입니다. 따라서 보호자는 반려견이 문제 행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반려견의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있는지를 먼저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 복지 5대 원칙을 참고하면 반려견이 어떤 욕구에 부족함을 느끼는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데요. △부적절한 영양 공급으로부터 자유 △부적절한 환경으로부터 자유 △신체적 고통으로부터 자유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유 △본래의 행동 양식을 발현할 수 있는 자유가 그것입니다. 지금 바로, 혹은 가까운 시일 안에 반려견이 이들 원칙에 해당하는 생활을 하는지 확인해보기를 권합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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