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키’ 감독 “학생들 나오는데 청불+고수위? 순화 노력했지만…” [EN:인터뷰①]
[뉴스엔 하지원 기자]
송민엽 감독이 '하이쿠키' 공개 소회를 밝혔다.
송민엽 감독은 11월 7일 서울 마포구 아크미디어 사옥에서 U+모바일tv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쿠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쿠키'는 한 입만 먹어도 욕망을 실현시켜 주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를 집어 삼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쿠키가 만든 늪 안에서 각자의 욕망에 휩싸여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이날 송 감독은 "재밌게 본 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들이 방송 이후에 보이는 게 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그렇다. 어떤 표현 방식이나 수위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고급스러운 방식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고 공개 소회를 밝혔다.
송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의문의 수제 쿠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한 연출의 수위가 꽤 높다. 이에 대해 송 감독은 "소재랑 내용상으로 봤을 때 청소년관람불가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이 학생들이긴 하지만 내용 자체가 학생들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어른들이 봤을 때도 공감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이쿠키'는 사실 성인을 대상으로 했던 드라마라고. 송 감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다 보니까 일반적인 15세보다는 조금 더 수위나 표현 방식이 과감해진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순화를 많이 하려고 했었다. 불편하지 않고 재밌게 보이게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또 송 감독은 "그런 부분이 불편하고, 자극적일 수 있지만 솔직한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지 쿠키에 대한 설정이 잘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반부 회차다 보니까 이게 얼만큼 적나라하고 솔직한 마음을 끄집어내는지 설명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강남 학원가 일대 마약 주스 사건, 연예계 마약 파문 등 마약이 일상 저변까지 파고든 가운데, 송민엽 감독의 '하이쿠키'가 공개됐다.
'하이쿠키'에서는 직접적으로 마약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진 않지만, 정체불명의 쿠키를 먹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과 중독성은 마약을 떠올리게 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하이쿠키'를 통해 마약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송 감독은 "작가님이 이 작품을 기획하신 건 3년이고 내가 대본을 받아서 작업한 건 1년 반이 됐다. 처음에는 너무 가상의 허구, 판타지적인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공개될 때쯤 되니까 말이 너무 되는구나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송 감독은 현실 얘기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쿠키라는 매개체를 선택한 이유는 리얼한 약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의학적으로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지 나오지 않는다. 먹으면 어떻게 작용이 되고 이런 부분들을 다루면 작품이 무거워진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귀엽게 표현하면서도, 학생들 사이에서 그런 쿠키가 돌고 있는 게 소름 끼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었다. 주사기나 가루, 피우는 거라든지 전혀 다른 모양의 쿠키라는 게 차별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송 감독은 "간단하게는 누구나 평범한 사람도 강력한 사건을 겪거나 강한 유혹에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련이나 유혹을 대처하는지에 대해서 다루는 이야기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송 감독은 '하이쿠키'에 좋은 어른, 선역이 없는 것에 대한 설명도 전했다. 그는 "하이틴 드라마를 보면 어른들 힘을 빌리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과 갈등을 겪다가 따뜻하게 끝난다거나, 악역 어른에 맞서는 선한 어른이 있다거나, 나중에는 어른에 기대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꼭 따뜻한 어른이 있어서, 의지하거나, 수동적이고 결국에는 청소년이다 보니까 능력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고 이런 것들이 클리셰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 감독이 본 현실에서는 어른들보다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도 많았다. 송 감독은 "고등학생 정도 되면 알아서 경제활동을 하거나 알아서 능력을 발휘하는 친구들이 많다. 청소년 드라마 속 항상 어른들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는 클리셰를 조금은 피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작품에는 좋은 어른뿐 아니라 좋은 학생도 나오지 않는다. 일종의 피카레스크(악인들이 주인공인 작품)에 가깝다고.
송 감독은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범법을 저지르기도 하고. 이런 장르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착하기만 한 사람이 등장하기만 하면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다"고 했다.
한편 ‘하이쿠키’는 U+모바일tv를 통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한 회씩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이후 넷플릭스에서 매주 목요일 4편의 에피소드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뉴스엔 하지원 oni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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