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전청조 머리채 잡고싶은 심정…왜 나한테 나타나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가 7일 새벽 서울 송파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42) 씨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제일 큰 피해자"라며 한때 결혼 상대라고 밝힌 전청조(27) 씨와 사기를 공모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남 씨는 8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TV에서 전청조의 인터뷰가 나왔고, '남현희가 본인 명품옷과 노트북까지 다 가져갔다'고 말한다"며 "전청조 자기가 본인 물건을 보내놓고 정말 어이가 없다. 정말 쇼를 한다. 공범으로 몰기 위해 본인 짐을 저희 집으로 보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남 씨는 "언론을 통해 전청조의 말만 나가게 됐고, 언론은 자극적인 것만 원하는 건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닌 '이랬냐, 저랬냐' 추궁하기 바빴고, 문자가 와서는 '오늘 전청조를 인터뷰했다. 8시까지 남현희 입장 표명 안 하면 전청조 이야기만 방송에 내보내겠다'라는 통보 문자만 왔다"며 "제가 왜 전청조와 같이 사기를 치는가"라고 따졌다.

남 씨는 "제가 26년간 어떻게 지낸 노력의 시간들이었는데, 그 노력들이 한방에 무너지니 마음이 아프다"며 "다들 이슈가 되고 궁금한 데 꽂혀 재미있다, 재미있다하는 언론들이 목을 조여오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2주째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너무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한끼도 못 먹었다"며 "너무 큰 현 상황에서 조금씩 풀어가려는데 옆에서 계속 공격을 해오니 너무 지치고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냥 내가 죽어야 끝나는 것인가.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내 억울함을 알아주겠는가"라며 "그런데 내가 사라지면 가족들이 이 힘듦을 고스란히 가져가지 않을까. 저희 가족을 잘 챙겨줄 수 있는가"라고 했다.

남 씨는 "공범이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도 믿어주질 않는다. 제가 뭐가 아쉬워 그간 쌓은 명예를 실추시키면서 사기를 치는가"라며 "저는 요즘 언론의 말이 무서워 상처 받고, 너무 힘들고,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없이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제일 큰 피해자다. 남들이 피해본 건 돈이지만, 나는 돈도 명예도 바닥나고 가족들과 싸움이 일어나고 펜싱 아카데미도 운영하지 못한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죄인처럼 조사받고 2주째 집 밖을 못 나가는 상황에서 왜 같은 피해자 중에 나만 이런 현실에 처해있는지 참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전청조와 같이 지낸 건 맞다. 그런데 전청조가 철저히 숨긴 것을 사기꾼인지 제가 어떻게 아는가"라며 "제가 전청조 위에 있다는데 제가 사기를 쳐봤는가. 26년 선수촌에서 20년간 국가대표로 새벽부터 밤까지 운동만 했다"고 했다.

남 씨는 "전청조를 만나면 머리채를 잡고 욕하고 때리고 싶다. 왜 나한테 나타나 사람 인생을 뒤흔들어놓는지, 정직하게 돈 벌지 사기쳐서 돈 버냐고"라고 했다.

그는 "제가 받은 선물 벤틀리와 명품 옷 등 사기쳐서 사준 것이라고 꿈에도 몰랐고 알고 난 후 바로 돌려주려고 했는데 절차가 쉽지 않았다"며 "안 돌려준 게 아니라 진행을 못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남 씨는 "엊그제 9시간 넘게 조사 받으며 있었던 일 그대로 말했고 출국금지라, 참 앞으로 얼마나 제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정말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가. 제가 죽을까요?"라며 글을 끝맺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 씨가 3일 오후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경찰은 남 씨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남 씨가 사기 공범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고 해외 출국이 잦은 점,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남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전 씨 사기 행각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는 강연 등을 하면서 알게 된 이들로부터 비상장 회사 또는 앱개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지난 3일 구속됐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이 확산한 전청조씨가 3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사기 피해자 수는 20명이다. 피해 규모는 26억여원에 이른다. 남 씨는 지금까지 경찰에 접수된 전 씨 상대 여러 고소 건 중 1건에서 전 씨 공범으로 함께 고소당했다.

이와 관련해 남 씨 변호인은 "최근 11억원 이상 사기를 당한 전문직 부부가 유일하게 남 감독을 공범으로 고소했다"며 "범죄 수익을 숨겨 놓았을 전 씨만을 상대하면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봤을 피해자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남 감독은 전 씨의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송파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온 전 씨는 "남 씨가 범죄 행위를 몰랐느냐",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전 씨 측 변호인은 남 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해 "남 씨가 대질 조사 등을 요청했는데 전 씨 역시 대질신문 등 성실히 수사에 협조하면서 (입장이)엇갈리는 부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전청조 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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