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영업, 외주로 돌리니...악! 매출 30%가 수수료로 나갔네

천옥현 2023. 11. 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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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4>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연간 매출액으로 벌어들인 돈이 100억원인데, 그 절반인 50억원을 외부에 수수료로 지출한다면?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 같다.

의약품 원재료 구입비와 공장운영비, 인건비, 연구개발비, 광고비, 판매촉진비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구조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상장 제약회사들 가운데 매출액 대비 지급수수료 비율이 20%를 넘는 기업이 수십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관리비의 여러 세부 항목 중 하나인 지급수수료는 대개 소송비용과 경영자문료, 카드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상당수 제약사들이 외부 영업전문조직(Contract Sales Organization. CSO)에 영업을 맡기고 거액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SK바이오팜, 지급수수료 비중 최고

코메디닷컴과 코스트제로가 분석한 결과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1000원을 벌어 59원 꼴인 평균 5.94%를 지급수수료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페이증권에 제약업으로 분류된 166개 상장사의 2022년 결산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헬스케어기업 비용분석 자료

조사에 따르면 제약사 전체 판매관리비(16조795억원) 가운데 급여(3조4799억원. 7.43%)와 경상연구개발비(3조1091억원. 6.64%)에 이어 지급수수료(2조7815억원. 5.94%)가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급수수료 비중이 매출 대비 30%를 넘어서는 기업도 즐비했다. 매출 2149억원을 올린 SK바이오팜은 1484억원을 지급수수료로 지출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69.0%를 기록했다. HLB제약도 매출(1074억원)의 절반이 넘는 593억원(55.2%)을 수수료로 내줬다.

동구바이오제약(37.7%), 안국약품(35.3%), 명문제약(26.5%), 팜젠사이언스(24.6%), 테라젠이텍스(22.7%), 바이넥스(21.1%) 등도 수수료 비중이 높았다.

이들 제약사의 수수료 비중이 높은 것은 CSO에 영업을 맡기면서 대규모 수수료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CSO는 의약품 영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조직으로, 제약사에서 약을 구매해 병의원에 납품하는 일을 한다.

중소제약사들 사이에서는 CSO에 영업을 맡기고 자체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이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이 영업대행 수수료로 빠져 나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 자체 영업인력 축소에 따른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영업을 하기엔 비용적인 부담도 있고, 영업 대신 기술개발 등에 집중하자는 차원에서 영업을 외부에 맡기고 있다"며 "CSO를 활용한 이후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여곳, 번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못해

지난해 제약사들은 영업외비용으로 3조696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8.19%다. 전년 2조2425억원보다 36% 증가했다. 영업외비용은 주된 영업이 아닌 활동으로부터 발생한 비용인데, 주로 이자비용과 단기투자자산평가손실, 외환차손 등이 포함된다.

제약사들의 영업외비용 가운데 약 20%는 이자비용이다. 166개 제약사들이 금융기관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모두 6110억원이다. 매출 대비 1.3%인데, 전년의 4688억원에 비해선 30.3% 증가했다. 연중 지속된 고금리가 대출이 많은 기업에겐 큼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3조원 매출을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자비용도 톱클래스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640억원을 썼다. 전체 국내 제약사가 낸 이자비용의 10% 이상을 삼성바이오로직스 혼자 감당한 것이다.

네오이뮨텍, 메드팩토,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차백신연구소, 카이노스메드, HLB사이언스, 등 10여 곳은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기술특례기업이다.

대손상각비가 가장 많은 회사도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회수 불가능한 매출채권을 상각처리한 대손상각비가 224억원이라고 사업보고서에서 밝혔다. JW중외제약은 86억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했다. 매출이 159억원인 비보존제약은 대손상각비가 46억원에 달해 매출 대비 29%를 기록했다.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5로 이어집니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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