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5명 돼도 수비선 안 내린다”…이것이 포스테코글루 압박축구
첼시전 1-4 대패에도 선수·팬 의연…‘반등’ 각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헌 술을 새 부대’에 담아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감독의 용병술을 보면 그렇다.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선수 자원’에도 그는 토트넘을 완전히 개조했다. 1960~1961 시즌 우승 이래 시즌 초반 10경기 무패행진으로 팬들의 꿈은 부풀어 있다.
7일(한국시각)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안방경기에서 첫 패배(1-4)를 당했지만, 선수들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었다. 6만1천여 관중석의 안방 팬들은 대패에도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골키퍼 구글리엘모 비카리오는 구단 인터뷰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며 오히려 반등의 각오를 다졌다. 꺾일 것 같지 않은 팀 분위기, 그 힘은 어디서 나올까.
90분간 압박, 또 압박
일관되게 압박을 유지하는 공격 강도와 빌드업 축구는 가장 돋보인다. 골키퍼 비카리오는 공을 롱킥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수비수에게 전달해 패스로 전진해 나간다. 원활한 전개를 위해 좌우 측면 풀백인 페드로 포로, 데스티니 우도기는 옆줄에 바짝 붙어 뛰기보다는 중앙 쪽으로 들어와 수비형 미드필더 이브스 비수마를 돕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단의 활동량을 강하게 요구한다. 날개 공격수인 히샤를리송이나 데얀 쿨루세브스키는 공격 시에는 상대를 묶어두기 위해 깊숙이 전진해 있지만, 수비 때는 윙백 역할을 하듯 측면을 종횡무진한다.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이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았을 때 최대 스피드로 돌진하며 패스 실책을 유도하는 것은 일상적이다.
“선수가 5명이라도 수비선 안 내린다”
토트넘 축구의 약점은 상대가 강한 압박으로 골 지역부터 달려들 때다. 시즌 아스널과의 경기, 7일 첼시전에서 그런 위험이 노출됐다. 패스가 끊기고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로 영입한 중앙 수비수 미키 판더팬과 기존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스피드, 최후방 스위퍼 역할을 하는 골키퍼 비카리오, 선수들의 협력을 통해 저지해왔다. 올 시즌 토트넘의 팀 태클 횟수는 지난 시즌보다 훨씬 많은 223회로 전체 2위다.
7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전반 로메로, 후반 우도기 등 2명의 수비수가 퇴장당했지만, 수비선을 중앙선까지 올리는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첼시의 니콜라 잭슨에 후반 내리 3골을 내줬다. 그럼에도 팬들은 좁은 공간에서 빠른 패스와 전환으로 템포를 극도로 끌어올린 포테코글루 감독의 공격축구에 큰 박수를 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기 뒤 “선수가 5명으로 줄어도 수비선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단 활용 ‘마법’ 계속될까
토트넘의 올 시즌 상승세 배경에는 새로 영입한 골키퍼 비카리오와 플레이메이커 제임스 매디슨, 수비수 판더팬과 우도기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선수 자원이다. 중앙 미드필더 비수마와 파페 사르의 재발견은 눈에 띈다. 이들은 붙박이 주전이었던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나 부상에서 돌아온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자극하고 있다. 역시 지난 시즌 중앙 수비를 책임졌던 에릭 다이어나 벤 데이비스도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7일 첼시전에서 판더팬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고, 로메로가 퇴장당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패배를 통해서도 자신의 축구색깔과 장악력을 과시했다. 선수들도 그의 축구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토트넘이 강력한 압박과 공격을 펼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득점 기회는 늘어난다.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새로운 전술 아래서 한층 강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11일 오후 9시30분 황희찬이 소속한 울버햄프턴과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를 치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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