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현장] '여기는 인터내셔널 매치' 홍명보 뼈 있는 한 마디 "지금 성장하지 못한다면…"

박대성 기자 2023. 11. 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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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은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에 1-2로 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홍명보 감독이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전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호르(말레이시아), 박대성 기자] "모든 건 결과론적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성장하지 못하면, 솔직히 내년이든 언제든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

울산 현대가 조호르 원정길에서 또 쓴맛을 봤다. 지난해 쓰린 패배를 올해에 설욕하려고 했지만 조호르 원정은 만만치 않았다. 숨이 차오를 듯한 습한 날씨를 뚫고 사력을 다해 뛰었는데 무릎을 꿇었다.

울산은 7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를 만났다.

울산에겐 조호르 원정길은 썩 좋은 추억이 아니다. 2022년 당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여전하다고 판단해 예년처럼 한 곳에 모여 조별리그를 치렀다. 울산은 말레이시아로 떠나 I조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 광저우FC, 조호르 다룰 탁짐과 토너먼트 진출권을 놓고 싸웠다.

당시 조호르전도 아니었고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호르에서 열린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은 가와사키전이 끝난 이후 "여기는 리그와 다른 인터내셔널 매치"라며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뱉었다. 울산 다큐를 통해 온라인상에 퍼진 "이게 팀이야"라고 외쳤던 부분 중 하나다.

조별리그 1차전이었던 가와사키전이 끝나고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 와 조호르를 만났다. 홍명보 감독 외침을 기억했던 선수들이 집중하려고 애를 썼지만, 일방적인 홈 팀 응원과 숨 막히는 날씨에 고전했다. 홈 이점을 활용했던 조호르에 1-2로 지면서 고개를 떨궜는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또 1-2로 져 조별리그 탈락 아픔을 겪었다.

한 해가 지나고 다시 조호르 원정길에 오른 울산이었다. 경기장은 같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조호르전을 앞두고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라운드A 35라운드에서 대구FC를 제압하며 조기 리그 우승과 구단 최초 2연패를 확정했다. 리그 우승 경쟁 부담을 덜었기에 어느 때보다 ACL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 울산은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을 만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울산은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을 만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

ACL 일정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엔 한 곳에 모여 경기했지만, 이젠 홈 앤드 어웨이 규칙이다. 조호르를 울산문수경기장으로 초대했던 조별리그 3차전에서 3-1로 이겼고, 한 바퀴를 돌 때까지 2승 1패를 기록했기에 연승 가도에 올라탈 각오를 보였다.

혹여나 삼페인을 일찍 터트리면 동기부여가 떨어질까 리그 우승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날씨와 기온이 높고 습한 것이 한국과 차이다. 하지만 한국도 이상 기후로 엄청 춥진 않다. 피할 수 없는 만큼 조호르 날씨에 잘 적응하겠다"라며 승점 3점을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조금만 뛰어도 땀이 비올듯 쏟아지는 날씨에 웅성웅성 거리는 듯 한 홈팬 응원은 울산 집중력을 흩트리기에 제격이었다. 골대 뒤에서 북소리와 함께 90분 동안 쉼없이 쏟아지는 응원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울산은 최대한 라인을 유지하며 조호르를 공략하려고 했지만, 홈에서 열린 조별리그 3차전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조호르는 홈 이점을 120% 활용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조현우 골키퍼 선방에 일찍 골망을 가르진 못했지만, 골대를 강타하며 점점 울산을 조여왔다.

▲ 울산이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을 만나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김지현이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전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헤베르치와 베르손을 중심으로 두드리더니 끝내 울산 골망을 뒤흔들었다. 전반 정규 시간 종료를 앞두고 헤베르티가 울산 골문 반대쪽을 노리는 슈팅을 했다. 골대 밑동을 치며 빨려 들어간 골에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이 들끓었다. 슈팅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보내던 홈 팬들은 선제골이 터지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분명 울산에 압박이었다. 이겨내야 했지만 홈 응원을 등에 업은 조호르는 후반에도 매서웠다. 헤베르치는 후반 3분 위협적인 프리킥으로 또 골대를 강타하며 울산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엄원상 등이 측면에서 원투 패스, 속도를 활용해 공략하려고 했지만 조호르 수비벽은 꽤 단단했고 견고했다.

울산은 높은 습도에 체력적인 부담,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롱 볼로 반대 전환을 해 밀고 들어가려고 하면 어느새 조호르 수비들이 앞을 막았다. 조현우 골키퍼 선방으로 버티던 후반 24분. 바코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수비수 3명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아웃프런트 패스로 골문으로 침투하던 아타루를 정확히 봤다. 아타루는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조호르 홈 구장에 찬물을 끼얹는 동점골이었다. 울산은 흐름을 살려 역전골까지 내다봤다. 분명 전반과 후반 초반에 비해 달라진 템포였다. 하지만 골망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조호르의 먹잇감이 됐다. 후반 42분 하브르치 지 안드라지에게 실점하며 제동이 걸렸다. 교체로 들어온 마틴 아담이 피지컬을 활용해 조호르를 밀어붙였지만 승리의 여신은 울산을 외면했다.

▲ 아타루가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울산은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에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ACL 같은 홈↔원정 대회에선 홈 팀의 이점이 크다. 우승권에 진입하려면 어떤 악조건과 부담이라도 이겨내야 한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결과가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이기지 못했기에 남은 경기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올해까지 조호르에 덜미를 잡히며 3연속 조호르 원정 패배를 기록했다. 현지 기자도 꽤 궁금했던 모양. 홍명보 감독에게 "조호르 원정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져야 할 경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어 "후반전 기회를 살렸다면 이길 수 있었다. 골을 넣지 못하고 역습에 2실점을 한 게 뼈 아프다"고 말했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면 조기에 리그 우승이 집중력을 떨어트린 건 아니었을까. 홍 감독에게 집중력을 묻자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걸 넘어야 한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모든 건 결과론적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성장하지 못하면, 솔직히 내년이든 언제든 좋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짚었다.

어딘가 뼈 있는 말처럼 들렸다. 문득 "여기는 리그와 다른 인터내셔널 매치"라던 외침이 떠오른 이유다. 그때와 상황적 맥락은 다르지만 연장선은 아니었을까. 홍명보 감독은 이 질문에 "여기에서 말하긴 굉장히 어렵다. 이기지 못했기에 모든 게 부족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잘 된 부분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우리의 실점 장면이 순진했다"고 답했다.

순진하다는 표현은 어떤 상황에서든 더 집중하고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구단 최초 2연패로 새로운 시대를 쓰고 있는 울산에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부담은 없지만 남은 리그 일정, 다가올 ACL '인터내셔널 매치'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 홍명보 감독이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전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홍명보 감독이 7일 말레이시아 조호르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I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조호르 다룰 탁짐전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Q. 경기 소감

"경기 결과는 아쉽다. 몇 번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팀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는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이기지 못했기에 남은 경기들이 중요해졌다. 오늘 나온 문제점을 재정비해야 한다."

Q. 울산이 3번 연속 조호르 원정에서 졌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외신기자)

"결과적으론 졌지만 과정적인 면에선 져야 할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후반전 몇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가 득점을 했다면 반대로 이기는 상황일 수도 있었다. 골을 더 넣지 못하고 역습에 2실점을 한 게 뼈 아프다."

Q. 조기 리그 우승 확정 이후 집중력이 흔들렸을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이런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경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솔직히 내년이든 언제든 좋지 않은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아쉽다."

Q. 추가 시간 5분에 공격을 했다. 적어도 비길 순 있었는데 (외신기자)

"마지막에 집중력을 가지고 공격했다. 우린 이기려고 노력했다. 역습으로 실점을 했다. 우리가 먼저 득점 했다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조호르에서 ACL 일정을 치렀다. 당시 "ACL은 리그와 다른 인터내셔널 매치"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앞서 말한 한 단계 넘어서야 한다는 게 연장선일까

"이 자리에서 설명하긴 굉장히 어렵다. 여기에서 말하긴 어렵다. 이기지 못했기에 모든 게 부족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잘 된 부분도 많다. 조별리그 3차전을 통해 잘 된 부분이 있었다. 다만 실점 장면이 순진했다."

Q. 울산이 잘했던 부분은 무엇일까

"빌드업 과정에서 삼자 플레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반대로 전환하는 과정 등이다. 마지막에 높은 위치에서 압박 등 만들어가는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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