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마음을 콕콕 찌르는 질문들…청소년극 '탱크 영투이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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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라는 글씨가 쓰인 문 너머를 탐사하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탐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무시해보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되자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처럼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탐사를 앞둔 다섯 명의 마음은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질문에 답하는 성인 배우 다섯 사람은 진심을 숨기기 위해 무심한 체하는 청소년의 말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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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근데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사랑받는 게 뭐야?
무슨 뜻인 것 같아?"
'주의'라는 글씨가 쓰인 문 너머를 탐사하기 위해 모인 다섯 사람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탐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무시해보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되자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처럼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탐사를 앞둔 다섯 명의 마음은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탱크 영투이십사'(Tank ; 0-24)는 극장에 모인 누구라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진다. 목소리는 때로는 상담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다가도, 때로는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사람처럼 직설적인 말을 툭툭 내뱉는다.
엄마에게 언제 사랑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묻던 목소리는 이내 엄마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씩씩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하는 이도, 자리에 앉아 대답을 곰곰이 곱씹던 이도 질문에 답하다 보면 순간 말문이 막혀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린 마음을 쿡쿡 찌르는 질문에 울컥 튀어나온 말은 평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을 담고 있다. 무대 미술가 출신으로 청소년극 '비행소년 KW4839' 등을 연출한 여신동은 이번 작품에서 '자기 내면으로 떠나는 탐사'를 기획했다. 그는 청소년이 자기 내면을 알아가는 과정을 무대 위 배우들과 목소리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연출했다.
질문에 답하는 성인 배우 다섯 사람은 진심을 숨기기 위해 무심한 체하는 청소년의 말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못하면 망하는 것"이라는 무덤덤한 대답은 "사랑을 받으려면 잘 해내야 한다"는 마음속 부담을 감추고 있다.
명확한 논리나 확신은 없지만 솔직함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사에 관객도 마음속 여린 구석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품은 청소년뿐 아니라 누구라도 불안을 품은 채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로 위안을 전한다.
목소리와의 대화를 마치고 다섯 사람이 본격적인 탐사를 떠나는 대목에서는 조명 사용 등 시각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전반부 인물들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졌던 대화는 침묵으로 변하고, 인물들은 물건들이 어질러진 공간에서 텅 빈 무대로 나아간다.
칠흑같이 어두운 무대에서 한 줄기 빛에 의지해 나아가는 배우의 모습은 불안감을 극대화한다. 색조 조명을 활용해 색의 스펙트럼을 만드는 장면은 어둠과 대비되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신동 연출은 "우리 마음 깊은 곳은 생소하고 기묘할지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며 "이 공연이 모든 관객에게 자신의 '탱크' 깊숙이 들어가 보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작품의 음향과 음악은 '혁오밴드'의 오혁이 맡았다. 그의 음악은 불규칙한 리듬의 타악기 연주로 탐사를 앞둔 혼란을 표현하는 등 작품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공연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중 한 명이 특별 출연한다. 청소년 배우는 성인 배우와 농담 섞인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공연은 오는 19일까지 서울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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