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저도 공황장애였어요"..이재규 감독이 바치는 '정신병동'의 의미(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마음을 두드려보고 돌아볼 수 있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안방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남규 오보현 김다희 극본, 이재규 김남수 연출)가 넷플릭스 국내 1위에 올랐다. 이재규 감독은 7일 오전 스포츠조선과 만나 "갈등이 세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드라마들이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지점에서 걱정이 됐었다. 저희 드라마는 갈등이나 자극적인 요소가 세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하고, '재미있다'는 표현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정신병동'은 매회 공감되는 정신질환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드라마다. 불안장애나 공황, 우울 등 현대인들에게 낯설지 않은 질환들을 다뤘다는 평. 이 감독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 행복하다. 프로듀서를 하면서 힙한 이야기, 자극이 되는 이야기,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큰 세 축으로 가자고 생각해 기획했었는데, 그중에 표현 면에서는 힙하고, 이야기 흐름에서는 자극이 되고, 또 힐링이 되는 지점이 있던 것 같다. 이 이야기를 보시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글로벌 팬들이 위안을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신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2018년 302만 5269명에서 지난해에는 385만3375명으로 27% 증가했다. 그만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신질환은 흔히 발생한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치료를 받는 이들은 현저히 적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에 이 감독은 "현대에서 다뤄야 할 소재라는 것에 공감했다. 저 자신도 힘들던 시기가 있었다. 우울증으로 힘들었고, 공황장애가 와서 고생했던 시기도 있었다 보니,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한 두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간접 경험의 이야기를 안 다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제대로 해보자고 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실제로 자신의 투병 경험을 고백하기도. 그는 "저만의 문제는 아니고, 많은 분들이 앓고 있는 것"이라며 "저도 우울감이 있을 때 오래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래서 상태가 안 좋아졌던 시기도 있었다. 확실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좋더라. 강박이나 공황, 불안, 우울 등 이게 현대인의 균형감을 무너뜨리는 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네 가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서울 시내의 절반일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며 '내 자신, 내 주변, 내 친구들에게 그런 것이 없나?'하며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생각했다. 사실 '왜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결국 스스로를 질타하게 되고 상태가 악화되더라. 사실, 경제지표가 올라가면 행복지수도 함께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데,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더라. '정신병동'이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야말로 공포,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신병동'은 실제 정신건강의학과를 참고하고 취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에 실제로 취재 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사례에 대한 조사가 깊게 이뤄지기도 했다. 이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를 붙여봤었고, 케이스 사례들도 많이 지켜봤다. 그중에서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는 소재로 시작한 것이고, 전체적인 앙상블을 맞춰낸 것"이라며 "5회의 워킹맘 에피소드는 저희 집사람에게 보라고 하고 모니터링을 받았다. 대본을 볼 때는 흔한 이야기라 막상 '누구나 이렇게 사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그런데 막상 5회가 완성된 것을 보니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또 우리 아들은 그 장면이 가장 울컥했다며 엄마 생각이 났다고 한다"고 했다.
이재규 감독도 적지 않은 눈물을 흘렸다고. 이 감독은 "1부에 오리나 환자의 어머니와 다은이가 얘기를 할때, 그리고 7부에서 준기가 '내버려두지 않을게, 방치하지 않을게'하는데 집사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엄습해 많이 울었다. 10부에 다은이에게 동고윤(연우진) 선생이 '반짝거리면 되잖냐'고 하면서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나쁘게 얘기하느냐'고 하는 것도 슬펐다. 40대가 되면서 저도 눈물이 적어져 실제로 1년에 채 몇 번 울지 않게 되는데, '정신병동'을 하면서는 몇 번을 울었다"고 고백했다.
현대인들의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이상, '정신병동'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 감독은 시즌2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시즌2 아이템을 미리 준비해둔 모양새. 이 감독은 "섭식장애나 리플리 증후군 등 소재도 있지만, 시즌2를 위해 남겨뒀다. 많은 의사 분들, 간호사 분들을 취재하며 현대사회와 직결된 질환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시즌2에 대해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보호사들의 백스토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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