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보폭 늘리는 이준석…비윤·비명 제3지대서 합종연횡?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쇄신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지대 신당 관련 논의도 달아오르고 있다. 7일에는 초당파적 정치세력이 모인 ‘금요연석회의’(가칭)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을 깨자”며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막아 제3정당의 공간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비주류까지 포함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앞장서 언급하면서, 제3지대에서의 합종연횡이 성사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태섭 전 의원(새로운선택), 양향자 의원(한국의희망), 이상민 의원(민주당), 정태근 전 의원(국민의힘),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정의당) 등이 모인 금요연석회의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구 공천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21대 총선 당시 여야 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에서 부족한 의석수를 채우는 방식)를 도입하면서 더불어시민당·미래한국당 등 비례대표 당선용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수를 최대치로 확보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정당은 비례대표도 일정 비율 이상 공천하도록 의무화해서 위성정당에 비례대표를 몰아주지 못하게 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뿐 아니라 이날 이탄희 민주당 의원도 위성정당이 모 정당과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50% 삭감하는 내용의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했다.
금요연석회의의 주장대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막고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상대적으로 그 외 정당들의 공간은 넓어진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일찌감치 신당론에 불이 붙은 배경이다. 또한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친윤’(친윤석열계)과 ‘비윤’,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계)과 ‘비명’으로 나뉘어 계파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정의당에서도 정파 간 노선 갈등이 격화되면서 각 정당의 원심력이 강해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론’을 들고 바람 잡기에 나서자 제3지대를 향한 구심력은 커지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다음달 말~내년 1월 ‘보수의 본진’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에게 인공지능(AI), 저출산, 노인빈곤 등의 의제를 던져줬다면서 “여든다섯 어르신의 고민을 85년생이 힘 있는 데까지 정치의 화두로 올려 보겠다. 이러한 어젠다를 고민하는 모두와 이야기하겠다. 구체적인 해법과 생각이 달라도”라고 적어 제3지대 연대의 문을 넓게 열어뒀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비명계, 진보정당 인사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이 전 대표를 만난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준석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이날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서 “가능성은 어느 경우에나 열려 있다. 한달 안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2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해온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당도 그대로라면 당의 변화와 혁신, 희망을 볼 수가 없다. 그러면 저는 결심을 하게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12월 중순을 목표로 ‘새로운선택’ 창당을 준비 중인 금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가깝다 보니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분들이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각자 따로따로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잖나. 한국 정치를 바꾸겠다는 생각이 같으면 서로 합해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금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는 아직까지 연락을 나눈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제3정당 창당 가능성에 계산이 분주한 모양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렵사리 세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함께 승리를 위한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3정당에 견제구를 던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김 전 비대위원장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는데, 이 또한 김 전 위원장이 제3정당 탄생에 미칠 영향력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만남에서 “처방은 참 잘했는데 환자들이 약을 안 먹으면 어떡할 거냐. 대통령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인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민주당도 내심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관계자는 “제3지대가 탄력을 받으면 합리적 중도가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쪽에선 ‘조국 신당’이 압박하고 반대쪽에선 ‘이준석 신당’이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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