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반대…우방이라고 다 동의 안해"

백악관 “바이든·네타냐후, 모든 현안 입장 같진 않아”…이견 시사
이스라엘 “가자지구 무기한 전반적 안보 책임질 것”에 미국 측 반응
바이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 될 것”
“전쟁 후 가자 통치에 하마스 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베어에 위치한 전미 여객 철도공사를 방문해 자신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바이든노믹스'(Bidenomics)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내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 친환경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한 '바이든노믹스'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베어(美 델라웨어주) EPA=연합뉴스]

미 백악관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처리 문제와 관련, "이스라엘의 가자 재점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이스라엘을 위해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는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그 문제에 대해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이같이 언급했다.

커비 조정관의 이러한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쟁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기한 전반적 안보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미국 측의 첫 반응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협상을 통해 서로 주권을 인정하고 분쟁 없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입장 하에, 하마스 축출이라는 전쟁 목표가 달성되면 팔레스타인인, 즉 하마스 이외의 다른 팔레스타인 정당 등에 가자지구의 통치를 맡기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커비 조정관은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을 재확인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이스라엘과 전쟁 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하마스는 그 방정식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런 결정은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 하며 가자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땅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자의 재점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그건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고 언급, 양국 간에 이견이 없음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전날인 10월 6일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데 우리는 이스라엘과 동의한다"며 "이스라엘과 이 지역은 안전해야 하며 가자는 더이상 이스라엘인이나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 공격을 개시하는 기지가 되어서는 안되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전반적 안보를 무기한 책임진다'는 네타냐후 총리 발언은 하마스를 대체할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통치 체제가 갖춰지기 전까지 과도적으로 가자지구 치안을 관리하자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사실상 미국이 경계한 '가자지구 재점령'과 다름없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에 견해차를 드러낸 것이라고 일각에선 해석했다.

커비 조정관은 가자 재점령과 인도적 교전 중단 등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에 "우방이라고 모든 단어의 모든 뉘앙스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치적 성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항상 모든 현안에서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둘은 이스라엘이 국가로서 존재할 권리가 있고, 자국과 자국민을 10월 7일과 같은 위협에서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미국은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