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은 헬기로 조종사 양성···2025년 초까지 ‘벨 505 훈련용 헬기’ 40대 도입[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3.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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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환경에 대비 훈련용으로 미흡
훈련헬기 40대 도입 1700억 투입
비행 시뮬레이터, 국내업체가 개발
지상 활주로에 이륙 대기 중인 육군 ‘500MD 헬기’. 사진 제공=육군
[서울경제]

육군과 해군이 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초비행훈련용으로 40년 넘은 헬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육군의 경우 현재 ‘500MD’, 수리온 등의 기종을, 해군은 알로에-III 기종이 모두 퇴역한 이후 지난해부터 ‘UH-1H’ 기종을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부터 국내에서 만들어진 500MD는 첫 생산 시점으로부터 40여 년이 지나 노후화가 심한 지경이다. 일명 ‘휴이’로 불리는 UH-1H는 우리 군이 1968년 처음 도입한 이래 2020년 7월 말에 50여 년 간의 작전 수행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퇴역했다.

대체로 수십 년 전 도입된 노후 기종이거나 작전용으로 사용하다 오래되면 훈련용으로 전환해 운용하는 게 우리 군의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신 환경에 대비한 훈련용으로 미흡하고, 헬기의 조종사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와 시가행진에서 모습을 드러낸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 현무 탄도미사일, 무인정찰기 등 한국군의 첨단 무기들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초비행훈련용 헬기 도입사업(TH-X)이 수년간 지연된 탓이다.

2015년 10월, 입찰공고 내고 사업착수

이들 훈련용 헬기는 노후화에 따른 고장 증가와 성능 저하가 두드러지면서 우려와 논란이 컸다. 게다가 노후한 훈련 헬기를 계속 운용할 경우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정비가 제한적인 데다 비행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사업 재개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첨단 장비를 다수 장착한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나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해야 하는 육·해군 조종사 입장에서는 훈련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군은 2015년 10월 처음으로 방위사업청이 입찰공고를 내고 훈련용 헬기 기종 선정에 나섰다.

당시 7개 해외 헬기 제작업체가 관심을 보였는데, 미국 벨 ‘Bell-505’와 영국·이탈리아 합작회사인 ‘레오나르도 SW-4’ 헬기로 후보가 선택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적격업체 없음’을 이유로 유찰됐다. 같은해 9월 재입찰공고를 냈지만 제안서 평가결과 2개 업체 중 1개 업체가 탈락해 또다시 유찰됐다.

40년 넘게 사용되다 퇴역한 ‘UH-1H’. 사진 제공=육군

방사청은 같은해 11월에 2차 입찰공고를 발표했다. 이때 후보기종으로는 미국 ‘MDHI 530F’와 엔스트롬 ‘480B’로 압축됐다. 2019년 5~6월에 두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실시했지만 같은해 10월 8일 ‘전투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면서 역시 유찰됐다.

2차 입찰마저 유찰되자 군과 방사청 내부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노후한 500MD 헬기를 조속히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사업착수 시점으로부터 4년이 지나는 동안 기종 조차 선정하지 못하면서 전력공백에 대한 우려와 유찰 과정에 불미스러운 입김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당시에 만약 3차 입찰마저 유찰되면 논란이 더욱 증폭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울이며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서는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백지화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3차 입찰을 실시한다 해도 새로운 업체가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는 까닭이다. 또 1·2차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 중에서 기종을 선정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당시에 선정되지 못했던 기종을 3차 입찰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중인 소형민수헬기(LCH)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사업착수 4년 동안 기종 조차 선정 못해

명분은 합리적이었다. 조종사 훈련용 헬기는 수송 및 공격헬기보다 군요구성능(ROC) 수준이 낮아 자체 개발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육군이 도입할 소형무장헬기(LAH)와 호환성이 높은 LCH를 사용하면 정비나 부품조달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소요군 입장에서는 새로 개발한 기체는 가격이 높고 신뢰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생산을 시작해 전력화되는 시점이 2025년 중반으로 예상되는 점에서 기존 헬기를 수년 동안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존 500MD 헬기를 성능개량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도 나왔다. 미국 헬기 제조업체 MDHI는 500MD와의 부품 호환성이 90%가 넘는 개량형 500E 헬기를 개발해 500MD의 성능개량과 수명연장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캐노피를 교체하고 조종석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기골과 엔진은 현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해군용도 군용항공기 항법시스템(TACAN)과 비상착수용 부주를 장착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미국 MDHI가 개발한 500E 헬기. 500MD를 개량한 것으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MDHI 제공

무엇보다 500MD 성능개량을 실시하면 기존 사업 대비 50~80% 정도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 게다가 1대 개조 기간이 1개월 미만으로 짧아 조기 전력화도 가능하다. 500E 헬기가 생산되고 있어 향후 30년 동안 부품을 계속 공급할 수도 있다. 기초훈련용 헬기인 만큼 제한된 수준의 성능개량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조사는 한국이 원한다면 설계도면을 비롯한 기술자료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문제는 노후화 관념이었다. ‘500MD=낡은 헬기’라는 군 안팎의 인식은 500MD 성능개량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해 반대 의견이 높았다. 이런 탓에 군 내부에서 성능개량과 수명연장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관련 사업이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초기에 생산된 기체가 퇴역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선택 받지는 못했다.

3차 입찰···2022년 5월 미국 ‘벨’사(社) 선정

이에 방사청은 2020년 12월 9일에 육·해군의 훈련용 헬기 도입을 위한 기초비행훈련용헬기사업의 3차 입찰공고를 냈다. 1년 6개월이 지난 2022년 5월 방사청은 육·해군 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초비행훈련용 헬기로 미국의 벨 텍스트론 아시아(Bell Textron Asia)의 ‘벨 505’을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육·해군에 순차적으로 배치돼 조종사 입문과정에서 활용된다.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는 국내업체가 개발·제작해 납품할 예정이다. 17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5년까지 육·해군 조종사 양성을 위해 최신 디지털 계기판, 전술항법장비 등이 장착된 벨 505 훈련용 헬기 40여 대와 시뮬레이터 8대를 도입하는 게 목표다.

육·해군 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초비행훈련용 헬기로 도입되는 미국 벨 텍스트론가 개발한 ‘벨 505’.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조만간 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훈련용 헬기를 신형으로 새로 교체하는 사업이 첫발을 내딛는다.

9일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전남 목포 해군 교육훈련전대서 육·해군 헬기 조종사 양성을 위한 기초비행훈련용 헬기로 기대를 모은 미국 벨 텍스트론 아시아(Bell Textron Asia)의 ‘벨 505’ 3대의 도입식을 갖는다. 방사청은 지난해 5월 미국 벨 텍스트론 아시아와 505 훈련헬기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해군의 UH-1H 코브라 기동헬기 등을 대체할 신형 기초비행훈련용 헬기인 ‘벨 505’는 최신 디지털 계기판, 전술항법장비 등이 장착됐다.

2015년 입찰 공고를 낸 이 사업이 시작한 지 8년 여 만에 새로운 기체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육군보다 해군이 먼저 인수하는 것은 노후가 심각한 UH-1H 기동헬기를 훈련헬기로 사용하고 있는 덕분이다. 해군 관계자는 “최초 기체는 10월에 3대가 먼저 도착했다”고 전했다.

‘벨 505’ 훈련헬기, 올해 10월에 3대 도착

이번에 도입하는 헬기는 민수용 ‘벨 505’ 헬기에 최신 디지털 계기판과 전술항법장비를 탑재해 군사훈련용으로 개발했다. ‘벨 505’ 훈련헬기 특징은 조종석에 가민 G1000N NXi사의 10.4인치 액정 디스플레이 2개가 장착돼 있다. 비행관련 지형 상황인식과 경보장치 HTAWS도 있다. 벨 505 헬기는 순항 속도 125노트(시속 약 231㎞), 항속거리 350해리(약 648㎞)에 달한다. 최대 연속출력 459 축마력(shp), 최대 이륙중량 3680 파운드(lbs)에 달하면 5명이 탑승 할 수 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된 최신형 헬기로 현재까지 약 60개국에 360여 대가 공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존 훈련용 헬기에서 제한된 계기비행과 시뮬레이터 교육을 수행할 수 있어 교육훈련 효과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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