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주차장이 공원을 만날 때
마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처럼 이번 글의 제목은 주차장과 공원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시작하려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교는 계룡산 국립공원의 한 자락인 수통골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국립공원 인접한 곳에 대학교가 입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다 도심에 비해 확실히 좋은 공기와 물, 이것만으로도 참 축복받은 곳에 직장이 있는 셈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게다가 과거엔 정신병원이 갖는 부정적 장소 이미지로 인해 다소 평가절하 되어왔던 학하지구도 어느 정도 서서히 인프라를 갖추고 생활인구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이유로 필자가 자주 산책하고 지인들을 만나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는 동네가 바로 이곳이다. 비가 온 다음 날엔 화산천 산책이 먼저 생각나고 빈 땅에 어떤 건축물들이 그새 들어섰는지도 관심 갖고 둘러보기도 한다. 특히 학생들의 건축설계 수업 대상부지도 학하지구 내에 위치하고 있어 교육의 공간이자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학하지구의 지구단위계획을 처음 접했을 때 개인적으로 인근의 노은지구나 도안지구보다 좋았던 점 중 하나가 바로 많은 어린이공원과 공용주차장 부지였다. 하지만 대략 반 이상 정도는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거주인구나 유동인구도 증가한 현 시점에서 공용주차장은 그런대로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는데 반해 어린이공원은 우려했던 대로 사람의 온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곳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일단은 어린이공원 주변에 거주하는 어린이가 많지 않다는 점, 주변의 아파트 단지나 학교의 놀이터를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개연성 있는 이유들도 생각해 보았다. 공공서비스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이용자인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으면서 재미도 있고 매력도 있는 놀이환경으로 조성돼 있는가 하는 의문도 들기도 한다. 마음 같아선 유성구와 협력해서 주말마다 학하지구 내 어린이공원을 대상지로 플리마켓이나 아나바다 장터를 기획해 일종의 리빙랩 형식으로 실험, 운영해 보고 싶기도 하다. 어쩌면 어린이공원 관련법이나 조례 등의 제도적 한계로 인해 계절이나 시간에 구애 없이 언제든 가고 싶은 어린이공원이 더 나은 생활밀착형 서비스환경으로 발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도 고민해 본다. 그나마 잘 이용되고 있는 공용주차장의 경우에도 장기간 주차되어 있는 차들에 대한 규제 방안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 주차장이 아닌 공용주차장을 일종의 사유화된 방식으로 장기간 주차면을 점유하고 있는 것은 그로 인해 주차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 하나는 공원도 'Park', 주차(하다)도 'Park'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공원과 주차는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이미 '교통광장'이라는 용어에서도 자동차와 사람이 공존하는 방식을 상상할 수 있듯이 본질에 충실해서 생각해 본다면 이 둘의 결합은 조화롭고도 멋진 하이브리드적 공간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각각 분산돼 어린이공원과 공용주차장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보다 2배 수의 주차장과 공원을 입체적인 방식으로 만들면서 사용자의 편의성에 더욱 다가가는 모습의 친화적인 공간으로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가 주차장이고 지상이 공원인 유형, 1층이 필로티 주차장이고 2층이 공원인 유형 등 얼마든지 공존을 위한 다양한 조합의 유형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상에 그려진 대로 공사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중요한 공공공간일 수 있는 어린이공원과 공용주차장이 보다 더 사용자의 경험까지 디자인해 줄 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대전 학하지구에서 주차장이 공원을 만나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공공간으로 주목받는 날을 고대해 본다.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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