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약속과 양심

박진용 동화작가 2023.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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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집을 나섰다.

문학관에서 열리는 문학단체의 행사 개막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어떤 약속이든 약속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이다.

약속 시간 늦었으니 그냥 가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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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용 동화작가.

서둘러 집을 나섰다. 문학관에서 열리는 문학단체의 행사 개막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꼭 참석해서 축사 한마디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철석같이 약속을 한 터였다. 어떤 약속이든 약속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신념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용은 물론 인격에 흠결이 생긴다고 믿어서다.

자동차 시동을 걸며 시계를 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도로가 정체되지 않으면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급히 차를 앞으로 빼면서 우측으로 핸들을 돌렸다. 그 순간 덜커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체 뒤쪽이 옆의 차와 부딪쳤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대로 차를 빼서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살짝 부딪쳤는데 뭐,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 시간 늦었으니 그냥 가라고 속삭인다. 카메라도 없고 본 사람도 없어, 빨리 가라고 독촉한다. 그래, 시간 없으니 갔다 와서 해결해도 늦지 않을 거라며 가속하다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무슨 힘에 끌리다시피 차를 돌려 제자리로 돌아왔다.

상대방 차는 신형 아반떼였다. 예상대로 내 차의 뒤쪽 부분이 상대방 차의 운전석 휀더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장이 약간 벗겨져 있었다. 차 안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했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다. 차를 빼다가 내 실수로 차가 긁혔다는 말을 하자마자 기겁을 하며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차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보험사에 연락하고 문학단체 회장님에게 갑자기 사고가 생겨 개회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전화를 걸었다.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기 그지없다.

잠시 후, 차 주인이 나타나서 울상이다. 제가 부주의해서 이렇게 됐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보험회사 직원이 달려오고 일사천리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불안해 보이던 피해 차량 주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다고 했더니 연락을 주셔서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참 다행이다. 잠시나마 짓눌렸던 마음이 가뿐하다.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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