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그룹, 사내하청 노동자 1000명 직접 고용…왜?

김지환 기자 2023. 1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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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 생산 조직 운영 관련 특별 노사합의. 동국제강그룹 제공

동국제강 그룹 철강사업법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노사가 사내하청 노동자 1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데 합의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은 동국제강·동국씨엠이 처음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축소, 하청 노동자 안전보건 강화 측면에서 유의미한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지난 6일 각각 인천공장과 부산공장에서 ‘생산조직 운영 관련 특별 노사합의’ 행사를 열고 사내하청 노동자 직접 고용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특별채용 절차를 거쳐 내년 1월1일부로 사내하청 노동자 1000여명을 직접 고용한다. 사내하청 노동자 근속 인정 등은 노사가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다. 근속 인정은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특별채용할 때 노사 간 이견이 있었던 쟁점이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이번 합의는 동국제강 그룹의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 두 회사 노사가 선제적이고 자율적으로 기업 경영 방향을 함께 논의한 결과”라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선 핵심 근간인 생산조직의 운영 선진화가 필수적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근 사법부는 철강회사의 사내하청 노동자 사용을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고,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완성차, 부품사, 타이어 제조사 등 자동차업종에 이어 철강업종에서도 불법 파견을 인정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하급심에서 잇달아 승소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관련 소송을 당하기 전에 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2021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하급심에서 승소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자회사를 통해 고용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고용하지 않고 원청에 비해 임금 등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회사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은 “꼼수”라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KG스틸(옛 동부제철) 역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뒤 자회사를 설립해 일부 하청 노동자를 채용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합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두 달 만인 지난해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이동우씨가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졌다. 유족은 지난 2월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국제강·동국씨엠도 이번 합의 배경으로 “산재 예방 관련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특정 사망사고와 연결하는 것은 합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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