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유인 수요’라는 자기 얼굴에 먹칠하기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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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의 반대는 곧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면 한국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고민하고, 개혁적인 보건의료단체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중에도 의대 증원에 부정적인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10월17일 CBS 라디오 출연해 "의사 수는 과유불급"이라며 의사가 늘어나면 유인 수요에 의해서 진료비를 더 많이 쓰게 되고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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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사들의 반대는 곧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취재를 하다 보면 한국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고민하고, 개혁적인 보건의료단체에서 활동하는 의사들 중에도 의대 증원에 부정적인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의사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의료 이용도 늘어날 거라는 우려에서다.
이를 ‘의사 유인 수요’라고 한다.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당사자인 환자는 의사만큼 알 수가 없다. 양자 간 정보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필요한 수준보다 부풀려진 의료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는지, 또 생긴다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대도시 개원의 밀집 지역에서는 의사 유인 수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의 보편화와 맞물려 의료 이용이 폭증해온 것도 사실이다.
의대 증원 논의가 탄력을 받자 대한의사협회는 요즘 이 개념을 즐겨 거론한다.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10월17일 CBS 라디오 출연해 “의사 수는 과유불급”이라며 의사가 늘어나면 유인 수요에 의해서 진료비를 더 많이 쓰게 되고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도 건보 재정을 염려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책 토론회에서 의협 인사들과 종종 마주치는 한 보건 정책 전문가와 몇 달 전 의사 유인 수요에 관해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그는 점잖은 인상의 학자였는데 이 주제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의협에서 유인 수요를 언급하는 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과잉 진료를 할 거다. 의사들은 과잉 진료하는 사람들이고 통제할 생각도 없다. 의사 수 늘려봐라, 의료비만 증가하지’ 그런 소리잖아요. 굉장히 무책임한 데다 양심적으로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들을 모욕하는 거라고 봅니다.”
정부 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현실적인 부작용을 내다보고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이 해야 할 일이다. 개인의 양심에만 기대어 정책을 설계해서도 안 된다. ‘의사 수 늘리기’가 의료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의대 증원은 더 큰 틀의 구조개혁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의협이 자임하듯 14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료 전문가 단체’라면 국민 의료비를 볼모 삼아 '유인 수요'를 경고하기 전에 했어야 하는 일이 있다. 영리적인 목적으로 불필요한 진료를 하는 행태가 한국 의료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자정 노력이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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