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출격에 긴장하는 '초롱이'

김창성 기자 2023. 11. 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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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중고차시장도 품질 제일주의②] 선택지 넓어진 소비자는 기대감, 기존 업계는 한숨

[편집자주]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기아가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의 닻을 올렸다. 그동안 온갖 허위·미끼 매물이 난무했던 국내 중고차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기존 업계의 전횡에 지쳤던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만든 이가 끝까지 케어"(Made by us, Cared by us)한다는 철학을 들고 나온 현대차·기아의 중고차사업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태풍일까, 미풍일까.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에 업계 이목이 쏠렸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 =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현대차가 파는 제네시스 중고차, 싸고 좋을까
②현대차·기아 출격에 긴장하는 '초롱이'
③엔진·연료도 친환경 바람
현대자동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은 기존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상반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올해 5월쯤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었지만 6개월가량 지연됐다. 꼼꼼한 사업 구축을 위한 정비 시간이 길어진 탓도 있지만 기존 업계의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비싸도 신뢰 가는 이유 '정확한 정보 전달'


현대차·기아의 인증중고차 사업이 소비자의 기대를 받는 이유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서비스 때문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소비자의 기대감이 큰 이유는 작은 흠집 하나까지 꼼꼼하게 확인해 공개하고 확실하게 개선해 팔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최근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를 찾아 정밀진단존을 둘러보다 신선한 장면을 목격했다.

정비기사가 점검하고 있던 그랜저의 운전석 앞바퀴쪽 휀더에 눈에 띄는 하얀색 글씨로 '터치(인지)'라는 글씨가 써 있었고 글씨 옆에는 동그라미까지 쳐 있었다. 동그라미 부분을 확인해 보니 작은 흠집이 보였다.

정비 기사에게 "이건 무슨 표시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매뉴얼 상 작은 흠집도 그냥 넘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부분의 흠집을 담당자가 인지하고 있다는 표시를 해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정비 기사가 직접 확인하는 정밀진단존뿐 아니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오감만족 서비스'까지 구축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꼼꼼한 진단을 앞세운 인증중고차 사업에 진출하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정밀 진단존에서 정비사가 차를 진단하며 작은 흠집에 확인 표시(빨간 동그라미)를 해둔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오감만족 서비스는 ▲차량 내외부 360도 가상현실(VR) 콘텐츠 및 누유·누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차량 하부 사진 등의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비롯해 ▲최대 6배까지 확대 가능한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한 촉감정보 ▲실내 공기 쾌적도를 수치화한 후각정보 ▲엔진점검 인공지능(AI)이 녹음한 차량 엔진소리 등의 청각정보 ▲타이어 마모 정도와 주행보조와 같은 상태를 보여주는 초감각 정보까지 포함된다.

기아도 ▲360도 VR 이미지를 통해 차량 내·외관 상세 확인 ▲200개 항목의 검수결과 및 검수결과에 따른 상품화 내역 ▲유사 모델의 최근 거래 이력 ▲차량에 장착된 옵션사항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성별, 나이, 지역에 따라 선호할 만한 차량을 추천해주거나 차량 가격대와 색상 등 카테고리별 필터 설정을 통해 본인이 원하는 차량을 직접 찾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종 속임수에 얼룩… 긴장한 업자들


현대차·기아의 투명하고 촘촘한 프로세스에 기존 중고차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업자들이 각종 허위·미끼 매물을 팔아 전체 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이기 때문이다.

영화 '범죄도시3' 속 중고차 판매상인 '초롱이'가 소비자에게 침수차임을 속이고 비싸게 팔려다 주인공 마동석에게 발각돼 단돈 3000원에 차를 넘기고 좌절하는 모습은 다소 과장됐지만 기존 중고차업계의 현실을 체감하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이 같은 속임수를 빈번하게 겪었다. 작은 흠집을 숨기는 건 애교 수준이고 침수차에 각종 사고 이력까지 속여 파는 행위도 다반사다. 나중에 발각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분쟁을 겪는 이도 허다하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고객 가치 회복을 내세우며 국내 인증중고차 사업에 닻을 올렸다. 사진은 기아 인증중고차센터에서 진행 중인 최고급 유리막 코팅 작업. /사진=기아
기존 업자들도 그동안 소비자 신뢰도가 바닥이었던 것에 고개를 숙이며 현대차·기아가 내세운 투명·신뢰·고객가치 등의 사업 방향성에 공감한다.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폐업'까지 고려할 정도로 고심이 깊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신뢰를 져버리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 때문에 전체 중고차업자들이 모두 한통속 취급을 받았다"며 "대기업의 자본력을 개인사업자인 우리가 무슨 수로 감당하겠냐"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이트를 모델별로 살펴봤는데 기존 시장과의 가격 차가 상당했다"며 "소비자 신뢰도만 갖추고 있었다면 가격경쟁력에서 충분히 해 볼만 했을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국토교통부 인증 중고차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차·기아의 책임 있는 행보를 당부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결정인 만큼 따르겠지만 기존 업계와의 상생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허울 좋은 말뿐인 상생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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