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2.45' 커리어하이인데 '야수 도전'이라니... 롯데 필승조는 왜 절박하게 방망이를 들었나

대구=김동윤 기자 2023. 11. 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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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대구=김동윤 기자]
롯데 최준용.
롯데 최준용이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APBC 대비 훈련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정말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애달프고 간절했다. 롯데 자이언츠 필승조 최준용(22)이 절박한 심정으로 방망이를 들었다.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비 훈련에서는 낯선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가운데 대표팀 투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는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과 가벼운 러닝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그 와중에 최준용이 빨간색 장갑을 끼더니 나승엽(롯데)에게 빌린 방망이를 들고 배팅 케이지 뒤로 향했다. 우타석에서 연습용 그물을 향해 가볍게 방망이를 몇 번 휘두르더니 배팅 케이지까지 들어가 약 10분간 실전 배팅을 했다. 호쾌한 타구는 아니었으나, 고등학교 이후 실전에서 타자를 나서지 않은 것치고는 가볍게 또 멀리 타구를 보냈다. 최준용에 따르면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배려였다. 류 감독은 최준용이 야수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손을 한번 보자'고 했고, 그 손에 실제로 굳은살이 배겨 있을 정도로 진지한 것을 확인하자 잠깐의 연습 배팅을 허락했다.

한동안 지켜본 류 감독은 스윙이나 힘은 좋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배팅을 마치고 들어온 최준용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최준용은 "어릴 때부터 수비하고 치는 것을 워낙 좋아했다. 투수를 할 때도 나한테 타구가 오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수영초-대천중-경남고를 졸업한 최준용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해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통산 190경기에 나와 9승 11패 48홀드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고, 올해는 47경기 2승 3패 14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하지만 최고의 시즌을 보낸 올해, 최준용은 오히려 야수 전향에 대한 마음을 굳혔다. 데뷔 때부터 그를 계속해서 괴롭힌 부상 탓이다.

최준용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다. 자주 아프고 재활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서 "20살 때부터 1년에 한두 번은 꼭 아팠다. 그래도 그동안은 재활할 때마다 더 열심히 해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올해 5월 등을 다치고는 너무 힘들었다. 시즌 초반에 안 좋아서 정말 많이 연습하고 노력하는 중에 다친 거라 억울하기까지 했다"고 답답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롯데 최준용이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보여준 왼손 손바닥. 타격 연습을 한 탓에 굳은 살이 배겼다. /사진=김동윤 기자
롯데 최준용이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APBC 대비 훈련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야수에서 투수, 투수에서 야수로 전환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견적이 나온 상황에서 다른 쪽에서라도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고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최준용은 한 구단의 필승조로 자리 잡았음에도 계속된 부상에 마음은 지쳐갔다.

결국 5월에 다쳤을 때 직접 구단을 방문해 야수 전향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감독과 단장을 비롯해 구단 수뇌부에 변화가 생기면서 최준용의 야수 도전은 일단 보류 상태다. 최준용은 "투수도 정말 하고 싶은데 자꾸 아팠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계속 아팠다. 유연성이 좋아 투구 시 팔의 가동성이 많은 편인데 투구 폼을 더 간결하게 교정해야 '부상이 없을까' 생각도 했다. (투수를 하면서) 사실 안 아플 자신이 없다"고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어떻게든 건강하고 길게 야구하고픈 동생의 절박함을 형들이 알아줬다. 손아섭(NC 다이노스), 전준우, 유강남(이상 롯데)은 최준용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최준용은 "같은 숙소를 쓰다 보니 (전)준우 선배님 방에 가면 매번 1시간은 이야기했다. 선배님은 '가장 좋은 건 계속해서 투수를 하는 거지만, 만약 야수를 한다면 진짜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씀해셨다. (유)강남이 형도 '투수를 좀 더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면서도 만약 야수를 한다고 하면 도구도 다 주고 많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참 든든했다"고 웃었다.

롯데를 떠났지만, 후배를 아끼는 손아섭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최준용은 "(손)아섭 선배님은 매번 통화하면서 내가 친 영상을 보고 피드백해 주신다. 저번에 NC 구장을 갔을 때도 장갑을 20켤레 주시면서 '네 야수 장비는 내가 다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하자'고 해주셨다. 이번 비시즌 때도 같이 운동을 하자고 하셨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부상 때문에 포지션 전환을 고려하는 만큼 어설프게 투·타 겸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시속 150㎞이 넘는 공을 뿌리는 자신의 공에도 크게 미련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남고 시절부터 투수에만 집중했기에 야수 도전은 쉽지 않다. 흔히 투수에서 야수로 전환하는 선수들은 변수가 많은 내야보단 외야로 많이 향하지만, 최준용은 외야 경험이 전무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준용은 "야수도 하게 되면 햄스트링 등 부상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수는 매일 어깨를 써야 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약 한다면 한 가지만 하고 싶고 야수에만 도전하고 싶다. 구단에서 (야수만 하는 것이) 안 된다고 하면 투수도 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더 이상 아프지 않으면서 야구를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롯데 최준용이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APBC 대비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롯데 최준용.

대구=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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