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km’ 그러나 파울-파울-파울-볼넷-2루타, 왜 최강 마무리는 고개 숙였나
[OSEN=잠실, 한용섭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데뷔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LG는 중요한 1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 고우석의 책임이 막중하다.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1차전.
양 팀은 1회초와 1회말 나란히 수비 실책을 하면서 서로 점수를 주고받았다. KT가 1회 김상수의 안타와 2루 도루, 포수 박동원의 송구 실책으로 무사 3루 찬스를 잡고서 선취점을 뽑았다. LG는 1회말 1사 1,3루에서 2루수 박경수의 송구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고, 이후 1사 만루에서 문보경의 희생플라이로 2-1로 역전시켰다.
KT는 4회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장성우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져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
2-2 동점인 9회초 LG 마무리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첫 타자 박병호를 상대로 154km 직구 2개가 연거푸 볼이 되자, 3구와 4구째 커터(147km)로 유격수 땅볼 아웃을 잡았다. 장성우도 직구 2개가 볼이 됐다. 커터로 2볼-2스트라이크를 만들고, 153km 힘있는 직구로 좌익수 뜬공 아웃을 잡았다.
배정대 상대로 최고 155km 직구를 던졌으나 제구가 흔들려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9구째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아쉬웠다. 2사 1루에서 문상철 상대로 6구째 133km 커브를 던졌는데, 문상철이 때린 타구는 좌측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오는 장타가 됐다. KT는 1루주자 배정대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와 3-2로 역전시켰다.
9회말 LG는 동점에 실패하며 결국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됐고, 고우석은 패전 투수가 됐다. 고우석은 올 시즌 44경기에서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44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59개, 볼넷 22개를 기록했다. 8패는 LG 투수들 중에서 최다패다. 선발 켈리가 7패로 두 번째로 많다. 염 감독은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고우석이 시즌에 8패나 했다. 더 이상 패가 없겠지"라고 기대했는데 어긋났다.
고우석은 이날 최고 구속 155km인 직구 17개를 던졌는데, 볼이 9개였고 스트라이크는 8개였다. 스트라이크 중 파울 타구가 5개였다. 155km의 압도적인 강속구를 던지면서 헛스윙이 적었다. 1이닝 30구 1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배정대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154km-152km-153km 강속구를 연거푸 던졌는데, 모두 파울이 됐다. 마지막 153km 직구가 볼이 되면서 볼넷으로 내보냈다. 풀카운트에서 결정구로 직구를 4개 연속 던졌지만, 헛스윙 삼진을 잡지 못했다.
볼넷 허용 이후 문상철과 승부에서는 커브-직구-커브-커터를 던졌고, 5구째 커브를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정규 시즌에서 문상철에게 3타수 3안타로 약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장타를 맞았다.
고우석은 최고 155~158km까지 나오는 강속구와 140km 중후반의 커터(슬라이더), 그리고 커브를 던진다. 변화구는 주로 커터를 많이 던진다. 그런데 스피드가 빨라 직구 타이밍에 맞기도 한다. 커브는 많이는 던지지 않는 편이다.
염 감독은 “우석이는 삼진 비율이 떨어지면 힘들다. 투구 수가 늘어난다. 보통 (1이닝) 20개다. 우석이 공이면 15개 이내로 끝내야 한다. 최고의 빠른 볼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가 오프스피드 계열의 공 하나만 확실한 것이 있으면 완전히 또 다른 투수가 된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은 지난 10월 29일 청백전에서 오스틴 상대로 포크볼을 던졌다가 홈런을 얻어 맞았다. 새로운 구종으로 포크볼을 연습하고 있는데, 연습경기에서 시험적으로 던져봤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 내년 시즌을 대비해 포크볼을 던지고 있다고 했다.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같은 오프스피드 구종이 없는 고우석이 새 구종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염 감독은 패전 투수가 된 고우석을 감쌌다. 그는 “(고우석) 몸 상태는 괜찮다. 실투 하나를 문상철이 잘 쳤는데 아쉬운 건 직구 구위가 나쁘지 않은데 실투가 나왔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부상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계속 마무리로 다음 경기 잘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올해 여러 차례 부상(목, 허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으로 출전했으나, 연습 경기 도중 목에 담 증세로 인해 대회에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시즌 준비에도 늦어졌고, 4월 중순에 1군에 합류했다. 그런데 4월말 6연전에서 4경기에 등판한 후 허리 근육통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재활 시간을 보냈다.
지난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하고 귀국했다. 결승전에서 힘껏 던지다가 목에 담 증세가 생겼고, LG에 복귀한 이후 정규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경기도 등판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또 아찔한 상황이 생길 뻔 했다. 고우석은 지난 1일 상무와 연습경기에서 던지다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9회 투구 도중 허리에 이상이 생겨 서둘러 경기를 끝냈다.
다음날 고우석은 병원 검진을 받았고, LG 관계자는 "MRI 검사 및 병원 검진 결과, 허리 단순 근육통으로 2~3일 정도 회복 훈련에 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후 조심스레 회복 훈련을 했고, 5일 불펜 피칭으로 컨디션을 체크했다.
지난 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에 대해 "전날(5일) 불펜 피칭을 16구 정도 했다. 피칭 후 몸 상태에 관해 트레이닝 파트 및 투수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정상적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가는 데 있어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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