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욕심' 김하성은 편견과 싸웠다, 왜?…"亞 야구 소년들에게 꿈을"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아시아에서 야구를 하는 소년들에게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다는 꿈, 또 내야수로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더 행복할 것이다."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간절히 바랐던 소원을 이뤘다. 김하성은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라는 타이틀에 욕심이 있었다. 개인의 성과이기도 했지만, 아시아에서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하루하루 야구를 하고 있을 어린이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고 싶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수비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상으로 제대로 된 평가까지 받았다.
김하성은 6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수상이었다. 미국 언론은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여러 선수 가운데도 유독 김하성의 수상에 큰 관심을 쏟았다. 10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 가장 성공한 사례를 남겼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골드글러브는 김하성 이전에 스즈키 이치로(외야수) 단 한명만 수상했을 정도로 아시아 선수들에게 박한 상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만큼 성공한 아시아인 야수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어려운 일을, 게다가 외야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비를 평가하는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내야수로 이룬 성과라 더 값졌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전한 2021년부터 김하성은 수비로는 까다로운 미국 언론의 인정을 받아왔다. 초반에 타격 때문에 고전했어도 수비는 흔들린 적이 없었다. 탄탄한 수비는 김하성이 슈퍼스타가 즐비한 샌디에이고에서 주전을 꿰차는 발판이 됐다. 지난해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수상은 실패했지만, 아시아 출신 유격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해 2루수와 유틸리티 2개 부문 최종 후보로 이름을 올리면서 더더욱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수상이 확정되자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골드글러브에 욕심을 낸 배경을 공개했다. 매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경기를 앞둔 9월 말 어느 날이었다. 김하성은 당시 가까운 미래와 멀리 떨어진 고국을 함께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당시 디애슬레틱에 "아시아 야구 커뮤니티 전체와 어린 소년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면)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성과지만, 아시아에서 야구를 하는 소년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또 내야수로도 충분히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그게 더 행복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아시아인 내야수는 빅리그에서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그런 의심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게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사명감을 담아 이야기했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이 2루수 부문보다는 유틸리티 부문 수상에 더 욕심을 냈던 사실도 알렸다. 김하성은 매체에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는 게 더 가치 있을 것 같다. 여러 포지션에서 골드글러브 수준으로 수비를 할 수 있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 역시 김하성이 한국 출신 내야수들에게는 선구자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박찬호는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인 투수 또는 한국인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고, '좋아 투수도 있고 최희섭과 추신수 같은 홈런 타자도 있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는? 내야수, 유격수, 2루수는? 우린 그런 점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김하성은 우리가 그런 생각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며 후배를 기특하게 여겼다. 우완 투수 박찬호는 1994년 처음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통산 476경기(선발 287경기)에 등판해 124승(98패)을 챙긴 레전드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이 아시아 내야수의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바라봤다. 매체는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내야수 명단은 상대적으로 간략하다.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로 범위를 좁히면 더 적어진다. 김하성의 히어로즈 시절 전 동료인 강정호가 음주운전 문제로 커리어를 접기 전까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2시즌을 뛰면서 bWAR 6.2를 기록했고, 샌디에이고에서 한 시즌 2루수로 뛴 이구치 다다히토 bWAR 6.4로 역대 일본 출신 내야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하성은 단 3시즌 만에 bWAR 12.9를 기록했다. 올해는 bWAR 5.8로 샌디에이고 타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빅리그 야수 통틀어서는 11위에 올랐다. 김하성은 타석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였고, 올해 리드오프로 활약하면서 내셔널리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김하성 가치의 상당 부분은 수비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 동료이자 올해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타티스 주니어는 김하성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타티스 주니어는 "김하성은 한국 최고 유망주였는데 빅리그에서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그는 항상 재능이 있었다. 이제는 적응했을 시간이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면 된다. 여기는 빅리그고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하지만 김하성은 올해 빅리그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로 탈바꿈했다"며 더 찬란히 빛날 김하성의 미래를 기대했다.
김하성은 이제 샌디에이고 내야수들의 포지션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MLB.com은 '김하성은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언제나 엘리트 수비수였다. 올해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김하성이 2루수로 밀리긴 했지만, 보가츠가 왼쪽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김하성은 다시 유격수를 맡기도 했다. 매니 마차도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지명타자로만 뛸 때는 김하성이 3루수를 맡았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의 포지션을 상대 투수의 성향에 따라 결정하기도 했다. 상대 선발투수가 내야 왼쪽으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유형이면 김하성을 3루수로, 내야 오른쪽으로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유형이면 2루수로 기용했다'며 샌디에이고 내야는 이제 김하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수상을 확정한 뒤에도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 한국 야구를 더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번 더 강조하며 아시아 야구 발전을 위해 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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