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엇갈린 전망에 공매도 변수까지…시총 2위 경쟁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배터리 업황 부진 우려
SK하이닉스, 반도체 업황 회복에 시장 하락에도 선방
시총 차이 하루만에 다시 9조원대로 좁혀져
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 대비 10.23% 급락한 4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당국이 지난 6일부터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에 나서면서, 공매도 잔고가 1조3600억원(2일 기준) 넘게 쌓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숏커버링(빌려서 팔았던 주식을 갚기 위한 환매수) 수요 유입 등에 전일 하루 22.76%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세를 크게 되돌렸다.
이에 따라 전일 18조원 넘게 벌어졌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하이닉스의 시총은 이날 9조9000억원 수준으로 다시 좁혀졌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1.95% 하락했지만, 코스피 시장 하락률(-2.33%)보다는 선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상장 이후 당시까지 시총 2위를 지키고 있던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줄곧 시총 2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9월부터 주가가 내림세를 이어오다 지난 2일에는 장중이지만 상장 후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시총 2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두 종목 간 시총 차이는 39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에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발목을 잡힌 영향이 컸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대수는 830만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70.2%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내연기관 대비 높은 가격과 유럽과 중국의 보조금 축소 영향, 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내년 전기차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숏커버링 수혜를 기대하며 이를 발판 삼아 다시 시총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 같은 바람은 하루 만에 무산됐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변동성이 완화되고 숏커버링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주가는 펀더멘털이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반대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에 힘입어 지난달부터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D램의 고정 거래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이 2년 3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반도체 불황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격 상승세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 덕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1Gx8 2133MHz’의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달 기준 1.5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2021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반등했다. D램이 들어가는 PC,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고 반도체 기업의 감산으로 공급이 줄면서 가격 반등이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D램 평균판매 가격이 오르며 3분기에 이미 D램 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했다. 전사적으로는 3분기 매출액이 9조662억원, 영업손실이 1조792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영업손실을 1조원 넘게 줄였다.
증권가에선 이날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4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4분기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한다면 작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매출액을 10조4000억원, 영업이익을 85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4분기 영업손실이 382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반등이 시장 예상보다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매크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업계 내 재고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원다연 (he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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