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엔화 환율 안 오른다는데…지금 ‘엔테크’ 시작해도 될까

최희진 기자 2023. 11.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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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미래의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사들이는 엔테크(엔화 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일본 여행 수요까지 겹쳐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엔화 예금 잔액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내년 원·엔 환율이 올해보다 오를 것(엔화 강세)으로 예상하면서도, 일본 경제의 체질 약화 등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엔화 강세가 계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화 강세·일본 통화 완화 정책
1년6개월 넘도록 이례적인 ‘약세’

■ 올해 환전액, 벌써 지난해 2배

지난해 3월 100엔당 평균 10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내림세를 지속해 최근 8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6일 오후 1시35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장 대비 0.80% 하락한 869.40원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다시 1000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엔테크를 시도할 만한 가격대다. 실제로 엔화 환전 수요는 지난 1~9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엔화 환전액은 약 2661억엔으로, 지난해 1년 치 환전액(약 1228억원)보다 2.17배나 많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1월 약 15억엔 수준이었던 4대 은행의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6월 101억엔으로 늘었다. 평균 환율이 950원대로 하락하고,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일본 여행 수요가 되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휴가철을 맞아 올해 1월 276억엔까지 불어난 환전액은 지난 6월 537억엔으로 또 한 번 크게 늘었다. 당시 8년 만에 처음으로 환율이 890원대로 하락하는 등 환율이 많이 내린 것이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엔화 예금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엔화 예금은 전달보다 1억달러 불어난 83억8000만달러였다. 한은은 “기업이 수출 결제 대금을 받고, 개인이 여유자금을 예치해 예금 잔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원·엔 환율이 상승(엔화 강세) 전환할 때 환차익을 기대하는 개인들이 엔화를 매수해 은행에 맡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 환차익 노려 환전·예금 급증
시중은행선 환테크 전용 상품 확대
일본 증시 직접 투자자도 늘어

■ 엔화 예금해 볼까

엔화 현금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투자는 하고 싶다면 은행 엔화 예금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외화예금 통장에 원화를 입금하면 엔화로 환전된다. 다만 예금 금리가 ‘제로’ 수준이라 이자가 없고, 현금으로 출금할 때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상품 조건을 잘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환테크 전용 통장인 ‘바로보는 외화통장’의 가입 통화를 기존 달러화에서 엔화·유로화로 확대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엔저로 인해 엔테크 등 환테크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이를 반영해 개선했다”고 했다.

우리은행도 수시입출식 통장인 ‘외화보통예금’, 하루 단위로도 맡길 수 있는 ‘외화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외화 체인지업 예금’은 증권사의 해외 주식계좌와 연계된다. 하나은행의 ‘밀리언달러 통장’도 은행과 제휴한 증권사를 통해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외화 입출금 통장이다.

엔화를 은행에 묶어두기보다 일본 증시에 투자해 환차익과 투자 수익을 모두 노릴 수도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현지 기업 주식에 투자하거나,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고 있다.

전문가들 “장기적인 하락 추세로
저렴해도 개인 투자는 신중해야”

■ 환율 오르긴 오르려나

엔화를 환전한 목적이 일본 여행이 아니라 환차익이라면 미래에 환율이 올라야 한다. 그래야 차익이 생긴다. 그러나 1년6개월이 넘도록 엔저가 계속되고 있다. 미 달러화 강세 때문이다. 아시아 통화는 달러화 가치의 영향을 받아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점도 엔화 약세의 원인 중 하나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가 당분간 약세를 이어가겠지만, 내년에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종료되고, 경기 둔화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일본과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많이 내릴 가능성이 작고, 일본은행 역시 긴축 기조로 급하게 전환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등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때 일본은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며 “내년 엔화는 100엔당 890~930원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현재 달러당 150엔 정도인 엔·달러 환율이 내년엔 평균 130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이 완화 기조로 전환하는 것은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도 점진적으로 진행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완만히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엔화를 매수할 때는 환율이 금리뿐만 아니라 성장에도 좌우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원·엔 환율이 코로나19 때 1150원까지 갔기 때문에 그 정도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며 “그러나 일본 경제 자체가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한국보다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원·엔 환율은 내려가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며 “엔화가 저렴해도 투자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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