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다시 3%대… 대출금리 올리고 예금금리 내리는 은행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전달 대비 상승
당국 비판에도 예대금리차 커져
최근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금융 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비판을 하고 있지만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는 점점 커지는 것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금리는 연 3.95~4.05%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까지만 해도 연 4.00~4.05% 수준이던 금리 하단이 0.05%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대표 정기예금인 ‘KB스타 정기예금’ 금리를 전날 4.05%에서 3.95%로 내렸다. 이외 4개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5%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고려해 매주 정기예금 금리에 반영하고 있다”며 “최근 정기예금 금리 하락은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출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55~6.2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 16일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4.17~6.25%인 것과 비교하면 하단이 0.38%포인트, 상단이 0.01%포인트 오른 것이다. 고정금리도 오르고 있다.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21~6.4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월 16일 연 4.14~6.20%였던 금리 하단이 0.07%포인트, 상단이 0.2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앞서 은행권은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주담대 우대금리를 0.2~0.3%포인트 줄이고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내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고금리에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86조119억원으로 한 달간 3조6825억원 증가했다.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지난 7~8월 2개월 연속 낮아지던 추세가 반전된 데다 인상 폭도 지난 6월(0.14%포인트) 수준을 넘어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상승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31%로 나타났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 5월까지 3%대 후반 수준을 유지했다가 지난 6월 4%대로 올라섰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의 종노릇’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은행권의 초과 이익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스스로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올해 은행 이자 이익이 60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3분기만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은행이 어떤 혁신을 했길래 60조원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나”라고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은행 등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은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이자 이익으로 30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9366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8052억원) 대비 7.4% 증가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야권에서는 유럽 일부 국가처럼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으로 많은 이익을 거둔 은행에 대해 ‘횡재세(초과이윤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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