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고성·질책…화장품 기업의 민낯은 거칠고 잔인했다

희망퇴직 거부한 직원에
“관둬라” “이것밖에 못하냐”
장거리 발령·과중 업무도
노조, 노동청에 진정 신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됐다”
“새벽 출근길 고요한 KTX에서 ‘살려주세요’라 외치는 제 비명에 스스로 잠을 깨고, 그런 제가 안쓰러워 가슴으로 울음을 삼켰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유명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임원과 관리자들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에게는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넣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월 말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아모레퍼시픽 임원과 일부 팀장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인신공격과 비하, 따돌림과 차별, 고성과 폭언 등 노골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을 자행해왔다”며 “철저한 조사와 가해 임원 및 관리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모레유니온은 지난해 5월부터 방문판매 관련 사업부에서 팀장급 직원들을 강등시키고 강제적 직무발령을 하는 등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해당 사업부의 절반 수준인 159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아모레유니온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 대한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도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아모레유니온이 피해 직원들에게 확보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20년간 근무한 팀장 A씨는 2019년 팀장에서 강등됐고, 희망퇴직 거부 후 1년에 한 번꼴로 경북 포항과 경남 함양 등 장거리 발령이 났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본사로 온 뒤로는 임원의 바로 앞자리에 배치돼 폭언과 과도한 업무 배정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문제의 원인은 본인이다” “장난하냐” “남들이랑 똑같은 대우 받을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등 폭언과 고성, 질책이 이어졌다고 했다.
A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아무리 야근을 해도 다 하기 어려운 과도한 업무지시에 새벽 퇴근을 해야 했고, 다른 관리자도 ‘팀장 출신이 이것밖에 못하냐’며 신입과 비교하는 등 괴롭힘을 가했다”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아모레유니온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다른 직원들도 관리자에게 “앞으로 너네 진짜 힘들 거다” “30개월 (희망퇴직금) 줄 때 그만둬라” “나 같으면 당장 그만두겠다. 나도 너 때문에 불편하다”는 등 폭언을 들었다. 30년 이상 근무한 B씨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복적 괴롭힘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주사와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회사는 지난 3일 해당 사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 사규 및 윤리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며, 아모레퍼시픽은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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