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연차 몰아 동남아로"···연말 대세 된 '틈새여행'
여행지 따른 성수기 구분 사라져
근거리 국가 중심 여행수요 꾸준
하나투어 日·베트남 예약률 높아
모두투어도 절반 이상 동남아 국가
겨울철 온화한 호주 여행도 인기
30대 직장인 A 씨는 12월 연말 휴가 목적지로 일본 오키나와를 선택했다. 오키나와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여름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A 씨는 성수기라면 100만 원이 넘을 리조트를 40만 원대에 예약할 수 있었다. 그는 “겨울에 오키나와를 가는 게 맞나 고민했지만 국내 여행사에서 일본 할인 쿠폰도 뿌리고 있어 싼값에 다녀오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30대 B 씨 부부도 이달 말에서 12월 내에 베트남 냐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시기 베트남은 우기라 비가 올 확률이 높다. B 씨 부부는 자녀와 함께 호텔에서 물놀이를 하더라도 해외에서 연말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가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행지에 따라 성수기·비수기를 따져가며 가던 데서 벗어나 일본·동남아를 대상으로 여행 수요가 계속 높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일본·태국 등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선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 여행사 빅2인 하나투어·모두투어에서 4분기 예약률을 분석한 결과 일본·동남아 지역이 제일 높았다. 하나투어의 경우 일본이 25.2%로 가장 많이 예약됐다. 이어 베트남 23.8%, 태국 10.0%, 유럽 7.8%, 대만 6.9% 순이었다.
3분기에 비해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인 곳은 라오스로 233.1%나 증가했다. 국내 겨울과 달리 따뜻한 지역에 속하는 대만(81.4%), 태국(42.9%), 스페인(40.4%), 베트남(27.1%)이 4분기 여행객들의 선택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을 보였다.
모두투어 역시 이와 비슷하다. 4분기 기준 현재 동남아 지역이 전체 예약의 절반 이상(53%)을 차지했다.
동남아 내에서도 한국인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베트남이었다. 동남아 외 나라로는 일본(21%), 중국(10%), 유럽(8%), 미주·남태평양(8%) 순이다. 모두투어 측은 “해외 패키지 예약률이 11월 229%, 12월 154% 각각 증가했다”며 “중국 지역 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관련 상품의 예약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운 날씨에서 벗어나 아예 따뜻한 나라에서 연말을 보내려는 수요도 엿보인다. 교원투어는 호주 패키지 상품의 3분기 송출객 규모가 전 분기 대비 110% 늘었다. 4분기 출발 모객 인원은 3분기의 75% 수준을 달성한 만큼 직전 분기 송출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국가를 향한 해외여행 수요가 연말을 넘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10월 기준 해외로 나간 한국인 여행객은 1619만 5725명이다. 5명 중 1명 이상이 해외에 나간 것으로 아직 해외여행을 가지 않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컨슈머인사이트가 공개한 9월 국내·해외여행 동향 보고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해외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3%로 2019년 동기(41.6%)에 미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지만 아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전처럼 해외여행을 가지는 않고 있다”며 “그런 고객들이 최근 들어 여행 상품 구매를 문의하기 시작하고 있어 올해 말과 내년에도 일본·베트남 등 인기 여행지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여행 마켓플레이스 스카이스캐너에서도 내년 가장 인기를 얻을 여행지로 베트남 달랏, 일본 오키나와·삿포로·나고야·오사카·도쿄, 대만 타이베이,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 태국 치앙마이, 괌을 꼽았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도 관련 패키지를 선보이며 모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연말 베트남·대만·싱가포르·필리핀·태국·코타키나발루 등 인기 동남아 지역의 여행 상품을 모아 ‘찬바람 불 때, 동남아 갈 때’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분짜·바인쌔오 등 베트남 현지식과 함께 자유 시간을 제공하는 다낭·호이안 5일, 미슐랭 맛집으로 유명한 사보이레스토랑과 태국식 샤부샤부 MK수끼 등을 제공하는 방콕·파타야 5일이 대표적이다. 모두투어는 5일간 크메르 초기 유적군부터 앙코르와트까지 유적지와 스파, 고급 호텔식 등을 제공하는 캄보디아 패키지를 주력 판매하고 있다.
교원투어는 여행객의 호주 선호를 겨냥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 등 국적 항공사로 인천~시드니 노선을 이용하는 ‘더(THE) 완벽한 시드니 6·7일’을 판매하고 있다. 시드니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를 비롯해 블루마운틴·본디비치·하버브리지 등 핵심 관광지를 모두 둘러보고 사우스코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쿨랑가타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시음하는 상품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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