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사인 없었는데”…번트 실패→삼중살→결승타, 천당과 지옥을 오간 문상철 겨우 미소 찾았다

최민우 기자 2023. 1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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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철. ⓒ연합뉴스
▲ 문상철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최민우 기자] kt 위즈 문상철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문상철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7전 4승제) 1차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문상철은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결정적인 한 방으로 1차전 승리 주역이 됐다. 문상철 한국시리즈 1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문상철은 2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그리고 상대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의 초구 136km짜리 슬라이더에 번트를 댔다. 공은 포수 앞에 떨어졌는데, LG 박동원 재빨리 3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잡아냈고, 3루수 문보경이 1루에 뿌려 문상철이 아웃됐다. 이때 2루에 있던 배정대가 3루를 노리다 태그아웃됐다. 문상철의 번트 실패로 아웃카운트 세 개가 한 번에 올라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번번이 번트를 실수한 문상철. 마음의 짐까지 안고 계속 타석에 임한 탓에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삼진, 7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문상철. ⓒ연합뉴스
▲문상철. ⓒ연합뉴스

하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에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배정대의 볼넷 출루로 만들어진 9회 2사 1루 찬스 때 문상철은 고우석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공은 높게 솟구쳐 올라 왼쪽 외야를 향해 날아가 펜스를 맞고 떨어졌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배정대가 홈을 밟았고, 배정대는 상대 송구 실책을 틈타 3루까지 서서 들어갔다.

문상철의 타점으로 3-2로 앞선 kt. 9회 박영현이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깔끔하게 지워내며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6.3%에 달한다. kt는 포스트시즌 4연승을 질주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 이강철 감독 ⓒ곽혜미 기자

사실 문상철은 교체될 뻔했다. 7회 1사 1,2루 찬스 때 이강철 감독이 문상철 대신 김민혁을 투입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위 타순을 고려해 문상철을 교체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그때 김민혁을 쓸까 생각했는데, 뒤에 타순이 안 좋았다. 문상철을 남겨 놓았던 게 결과적으로 승리하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문상철이 올해 고우석한테 3타수 3안타를 쳤다. 문상철을 뺐다고 생각해서 9회에 고우석이 올라오자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안 뺐더라. 2사 후에도 배정대가 출루하면 찬스가 올거라 생각했다. 문상철이 정말 좋은 타격을 해줬다”며 문상철을 향해 엄지를 추켜세웠다.

고우석에게 강한 기억이 있지만, 문상철은 자만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투수를 추켜세웠다. 문상철은 “고우석은 정말 구위가 좋다. 타이밍만 늦지 않게 치려고 했던 게 잘 됐다. 칠 수 있는 존을 설정하고 망설이지 말고 배트를 내자고 생각했다”면서 “고우석은 항상 공이 좋다. 앞선 경기에서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패스트볼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타이밍만 잡자고 단순하게 생각했고, 좋은 결과가 났다”고 말했다.

▲ 문상철 ⓒ곽혜미 기자
▲ 오지환이 문상철을 아웃시키고 있다. ⓒ곽혜미 기자

번트 과정에 대해서는 “벤치에서는 사인이 나지 않았다. 우리가 선취점을 내고 역전을 당한 상황이라, 빨리 동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번트를 댔다. 결과가 안 좋았고, 나 때문에 분위기가 넘어갈까봐 마음이 무거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쉽게 잊지 못했고, 계속 삼진을 당했다. 타격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존을 조금 수정했다. 그래서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상철을 포함한 kt 선수들은 오직 승리만 바라본다. 문상철은 “이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승리만 바라봤다. 선수들이 실수해도 서로 다독여주는 분위기다. 내가 결승타를 쳐서 좋은 것보다 이겨서 좋았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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