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조국 신당 때문?"...비례대표제 회귀에 野 일각 반발

김성은 기자, 박소연 기자, 안재용 기자 2023. 11. 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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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1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전원위가 특정 사안에 대한 찬반 논의를 위해 개최되는 것은 20년만이다. 직전 전원위 개최는 지난 2003년~2004년 이라크 파병 및 파병 연장을 두고 열린 바 있다. 2023.4.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현행 준연동형에서 과거 병립형으로 되돌리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야권 일각에서 거센 반발이 나온다. 거대 양당체제로의 회귀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관련한 선거제도를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비례 의석 수를 지역구 의석 수와 연동하면 연동형, 지역구 의석 수와 상관 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하면 병립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에 연동되므로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석이 적은 소수정당에 의석이 돌아갈 기회가 더 많은 방법으로 여겨진다.

21대 국회를 꾸린 2020년 총선에선 지역구 의석과 연동하는 정도를 낮춘 '준연동형 비례제'를 택했다. 즉 비례대표 의석 총 47석 가운데 30석에 한해서만 연동형 비례제를 택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 비례제를 택한 것이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까지는 전체 비례대표제에 병립형 방식을 취했었다.

이번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다양한 소수 정당이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적으로 위성정당 탄생이라는 '꼼수'가 출현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에 '차라리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명분을 주기도 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에서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반면 민주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승자독식 선거제'를 고쳐야 한다며 여야에 수 차례 협상시한을 두고 선거제 개편 합의를 종용했지만 논의는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었던 것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이지만 지난 7월 회의를 끝으로 공식 회의는 중단된 상태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의 협상권을 여야 원내 지도부에 넘겼고 정개특위 후속 회의 개최 여부 또한 원내대표 간 협상 진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야는 현재 12월12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 이전까지 선거제 개편 및 선거구 획정도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국민의힘과 협상 과정에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온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의원 및 당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회의장 앞을 찾아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2023.9.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선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소수정당의 국회 입성에는 불리하고, 양당 기득권 정치체제를 유지하기에 유리하단 설명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경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들 신당에 유리하고 거대 양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선거 관련) 현재 제도로 가면 조국 신당과 이준석 신당은 분명 파급력은 있다"며 "이 지점에서 여야가 (조 전 장관과 이 전 대표의 파급력을 제한하려는)이익 공통 분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입장에서 조 전 장관이 비례 정당을 만들어 바람몰이를 하면 선거 구도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갈 수 있어 곤란하다"며 "이준석 신당 역시 (탄생하면) 표분열도 있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격도 있을 수 있어 (국민의힘에) 골치 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병립형 선거제의 다른 이름은 양당 카르텔법이다. 3당, 4당, 5당은 씨가 마른다. 국민들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경쟁자들이 차단돼 버린다"며 "국민의힘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제안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혹이다. 그런데 정치인들이라고 하는 게 국민들한테 한 약속보다 눈앞 이익에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러지 말자라는 취지로 제가 나와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야 원내지도부가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 일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거제 퇴행, 가서는 안 되는 길, 유불리 잊어버리고 약속 지켜야 한다"며 "국회의원 선거제는 지난 20년 정치개혁의 숙원이었다. 어떤 경우든 개혁을 향해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선거제 퇴행을 막기 위해 최소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으로 비례성을 높여 다양한 민심을 담을 것, 지역구도 타파, 민주적 공천 등을 들었다.

이어 "단순 병립제 회귀는 안된다"며 "만일 연동제가 문제가 있어서 병립제로 가려면 비례대표 비율을 3분의1 정도로 늘리는 비례성 확대를 결단해야 한다. 그렇게 못할 거라면 지금의 준연동제 개혁 성과라도 지켜야 한다.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일 정의당 등 진보 4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기득권에 안주할 수 있는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위성정당 핑계를 대며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를 내심 반가워하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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