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정글'에서 생존하려면[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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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배터리 업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또 다른 임원에게 그의 고백을 전했더니 돌아온 말은 "웰컴 투 더 정글"이었다.
하지만 "그 국룰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는게 '배터리 맨'들의 비슷한 반응이고 보면, 이 쪽 세계에는 무언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배터리 정글'의 매운맛을 현장에서 보고있는 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그 차이점은 대체로 '속도'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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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사업 파트너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릅니다"
한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임원은 최근 업계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긴 호흡을 두고 사업이 진행되는 에너지 업종에 오래 몸담았던 그에게 에너지와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물었더니 나온 답이었다. 계약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마치 정글같은 사업 환경에 적응하기 만만치 않다는 고백이었다. 배터리 업계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또 다른 임원에게 그의 고백을 전했더니 돌아온 말은 "웰컴 투 더 정글"이었다.
무한경쟁이 '국룰'(보편적 규칙)인 정글노믹스의 세계에서 배터리라고 다를 건 없다. 하지만 "그 국룰의 폭과 깊이가 다르다"는게 '배터리 맨'들의 비슷한 반응이고 보면, 이 쪽 세계에는 무언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배터리 정글'의 매운맛을 현장에서 보고있는 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그 차이점은 대체로 '속도'인 듯 싶다. 이제 막 개화한 산업이기에 기술 진화와 설비 투자의 속도 모두 전 산업을 통틀어 독보적이라는 것.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광물 배합 비율이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삼원계보다 뒤쳐진 듯 보였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나름의 기술 진화과정을 거쳐 삼원계의 자리를 위협한다. 이 와중에 삼원계와 LFP의 샅바싸움을 원점으로 돌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며, 각자의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려는 배터리 기업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끝모를 설비 투자 레이스를 펼친다.
주요국 시장 규제의 변화 속도도 빠르다. 배터리 핵심 광물과 시장 모두를 끌어안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탓이다.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으로 배터리 만리장성을 쌓자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내놨고 다시 중국은 핵심 소재인 흑연의 수출 통제를 예고했다. 이 모든게 5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전기차 '얼리어답터의 시간'은 끝나가며 수요 성장 속도는 반대로 둔화된다. 가치사슬 전반의 이전투구가 깊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정글을 헤쳐갈 해법은 결국 품질에 기반한 '신뢰'라는게 산업계 전반의 진단이다. 어제의 말을 오늘 바꾸던 상대방도 공정과 제품 전반에 걸친 물샐틈 없는 품질이 꾸준히 보장되면 상호간 신뢰로 수렴하게 된다는게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개화기를 거쳐 성숙기로 접어든 산업에서 얻은 보편적 경험이라는 것. 품질에 기반한 신뢰를 놓치지 않은 플레이어가 결국 산업의 성숙기를 지배하게 된다는게 무한경쟁의 국룰을 넘어선 '정글의 법칙'이라는 조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배터리 맨'들은 이처럼 평범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한 품질과 신뢰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3분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둔 것도 북미 생산시설의 수율(생산품 대비 정산품 비율) 개선 덕이었다. 최근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에 모인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내실을 다져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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