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입동에 걱정되는 월동 준비

관리자 2023. 11. 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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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동이다.

이즈음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임금은 털옷을 입기 시작하고 민가에서도 본격적인 겨울에 대비한다.

기후온난화라고 걱정들 하지만 농촌의 겨울은 예나 지금이나 춥다.

그동안 사용하던 심야전기보일러에 기름보일러를 추가하고 창문에 바람벽을 치고 단열시공까지 했지만, 외풍이 센데다 난방비가 비싸니 겨울이 되면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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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화된 주택 많은 농촌
저렴한 도시가스 ‘그림의 떡’
난방비 걱정에 머리가 지끈
‘어디나 살기좋은 지방시대’
기본적 삶의질부터 챙겨야
에너지비용 지원 확대 절실

벌써 입동이다. 이즈음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임금은 털옷을 입기 시작하고 민가에서도 본격적인 겨울에 대비한다.

“시월은 맹동(초겨울)이니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이 끝났구나.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먼저 하세. 무·배추 캐어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중략) 방고래 청소하고 바람벽 매흙 바르기, 창호도 발라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울타리 치고 외양간에 거적 치고 깍지동 묶어 세우고 땔나무도 쌓아두소.” ‘농가월령가’가 일러주는 이달의 할 일로 시대가 달라졌지만 나름대로 월동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기후온난화라고 걱정들 하지만 농촌의 겨울은 예나 지금이나 춥다. 도시와는 달리 분산된 개별 주택이 많은데다 지은 지 오래돼 보온과 단열이 부실하기 때문에 아파트처럼 따뜻하게 지낼 수 없다. 어머니는 겨울이 추워도 그러려니 하고 참고 지내왔으나 도시에서 자란 우리가 고향집에 살게 되자 아내는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동안 사용하던 심야전기보일러에 기름보일러를 추가하고 창문에 바람벽을 치고 단열시공까지 했지만, 외풍이 센데다 난방비가 비싸니 겨울이 되면 걱정부터 앞선다. 며칠 전 탄소중립정책에 동참하고 난방비도 줄여볼까 해서 주택용 태양광발전으로 바꾸려니 무슨 일인지 지원사업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현안분석 제97호(2023.3.)에 따르면 농촌지역 주택의 경우 1980년대 이전에 건축한 주택이 21.0%로 도시지역(4.7%)보다 훨씬 노후화돼 있다. 난방시설의 경우 도시는 도시가스보일러를 72.5% 사용하는데 농촌은 41.7%(면단위 21.1%)에 불과하다. 대신 농촌에서는 기름보일러 32.9%(면단위 49.1%), 전기보일러 9.4%(면단위 13.8%), 프로판가스(LPG)보일러 7.2%, 화목보일러 2.6% 등을 사용하고 있다. 1000㎉당 유효열량 단가는 도시가스가 115.6원으로 가장 낮고 전기(심야) 122.2원, LPG 집단공급 133.4원, 기름(등유) 208.4원, LPG가스 221.6원 순으로 뒤따른다. 농촌은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아 이처럼 난방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냉난방은 쾌적한 생활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는 국민기본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이를 보편적 서비스로 간주하고 에너지바우처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농촌은 도시가스 공급망이 부족한 데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더구나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지역의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해 2014년부터 보급을 시작한 LPG소형저장탱크는 지난해까지 겨우 183개 마을에 설치됐다. 이밖에 농촌주택 단열·난방시설 개선사업과 가정용 친환경보일러 교체사업, 주택용 태양광발전과 태양열 난방시설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사업 물량이 한정돼 있는 데다 추진체계와 절차가 복잡해 어떤 사업이 얼마나 추진되며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지 모르겠다. ‘전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위해서 굳이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요란한 정책을 도입하기보다 추위 걱정을 하지 않고 겨울을 나도록 했으면 좋겠다. LPG소형저장탱크 보급을 대폭 확대하고 태양열·풍력·지열 등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와 가축분뇨,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바우처사업을 농촌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주택 개량과 저에너지주택 보급도 확대하며 추진체계도 정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난방비를 부담하고도 겨울을 춥게 지내서야 어찌 살기 좋다 하겠는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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