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1000개의 ‘마을호텔’ ‘전통주’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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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과 '지역소멸', 매우 심각한 표현임에도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문제는 최근 지방과 지역이라는 용어에 '소멸'이란 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만일 우리나라 농촌마을 3만7000여곳 중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1000곳의 마을호텔과 1000개의 지역특산주만 있다면, 지방소멸·지역소멸과 같은 말은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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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과 ‘지역소멸’, 매우 심각한 표현임에도 일상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런 용어들이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지 구글 트렌드 분석을 해봤다. 2018년 11월1일부터 올해 10월말까지 지난 5년간 웹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모두 7142건, 월 평균 27.5회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같은 기간에 지역소멸은 각각 4957건과 19.1회로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는 이와 같은 용어가 최근 연도일수록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지방이나 지역은 국가 차원에서 볼 때 매우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 이는 영토 차원은 물론, 인구학적 측면, 각종 자원(資源) 확보 등 국가의 존립에 있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마치 주변적이고 부수적인 요소로 치부되곤 한다.
이 시점에서 ‘지방’과 ‘지역’의 의미를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 보통 지방은 수도권(서울)과 어울리는 상대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지방은 덜 발달된 곳, 불편한 곳, 조건이 불리한 곳 등 부정적 의미만 강조된다. 또 지역은 일정한 지리적 범위를 기준으로 해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생활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지역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 어디에도 존재하는 공간으로, 관계가 가능하고 같은 정체성을 가진 지리적 장소임에도 마치 변두리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지방과 지역이라는 용어에 ‘소멸’이란 글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의 각광받지 못하는 지역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은 탓이다. 소멸은 사전적으로 보면 ‘사라져 없어진다’고 정의돼 있다. 최근엔 농촌소멸·농업소멸이라는 말까지 등장해 자극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생각을 무디게 한다.
이처럼 살벌한 표현이 계속 확산되는 배경에는 일본 총무성 전 장관이었던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 펴낸 ‘지방소멸’이라는 저서의 시각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데 있다. 사실 일본 시정촌별로 가임여성의 출산율이 급속히 낮아지는 현상에 주목해 나온 이 저서는 일본에서도 엄청난 반발을 초래했다. 가임여성의 출산율 감소라는 단일 변수만을 근거로 지방소멸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너무 지나쳤다는 게 골자다. 관계인구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일본 메이지대학교의 오다키리 도쿠미 교수와 같은 전문가는 이에 반발해 일본의 지방이나 지역, 농촌은 결코 소멸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근거는 국가는 수도권과 지방, 도시와 농촌이라는 양대 축을 바탕으로 존립할 수밖에 없고 균형이 무너지면 국가는 반드시 공생 방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가능한 지방과 농촌이 인간에게 더 필수적이고, 코로나19 전후로 크게 늘고 있는 청장년층의 전원회귀 현상이 그 근거라는 주장이다.
지방소멸 극복과 지방·농촌 회생의 방안으로 본지는 올해 8월부터 10월말까지 ‘방방곡곡 마을호텔 프로젝트’와 ‘1%의 시장, 전통주 붐은 온다’는 제목의 특별기획을 연속으로 게재했다. 이 기획에서 등장한 국내외의 많은 선진 사례는 지방과 농촌마을에 희망이 있음을 잘 보여줬다. 실제로 빈집이나 고민가 등을 리모델링하고 마을주민들의 관계망을 수평적으로 강화하며, 지역먹거리로 만든 전통주만 제대로 활용해도 지방과 지역은 충분히 살아나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만일 우리나라 농촌마을 3만7000여곳 중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1000곳의 마을호텔과 1000개의 지역특산주만 있다면, 지방소멸·지역소멸과 같은 말은 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김기홍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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