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불확실한 미래 대비하는 축산업 되려면

공장식 축산업이라 불리는 현대적 축산업은 고기를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해 값싸게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구조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 농축산 기반은 완전히 붕괴한 상태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따라서 당시 서구의 최첨단 축산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축산장려 정책이 일어났고 서구에서 종축, 사료용 옥수수, 축산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렇게 받아들인 서구 축산업은 1960년대 증가하는 인구에 단백질을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이자 농촌지역을 유지하는 기반이었다. 특히 국내 축산업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환경문제가 대두됐고, 축산업을 향한 비판적 목소리도 높아졌다. 물론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위기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수반된 문제점이자 한계라고 생각한다. 지금 축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인간의 편익만을 위해 발전해온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닮아 있다.

이러한 시대에 축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축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길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축산업 스스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복지나 환경문제에 대한 생산자의 입장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하나의 좋은 사례로 농장동물과 함께하는 친환경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아이들이 말·염소·양·오리 등 농장동물을 직접 만지고 교감할 수 있다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동시에 축산업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관광 축산’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과거 ‘팔도 고기 대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관광 축산을 시도한 적이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축산현장을 직접 접하기 힘들다. 방송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거나 수도권의 고급 식당에서 고기를 사 먹는 게 거의 유일한 경험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지역 관광상품으로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팔도 고기 대탐험’의 골자다. 관광 축산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축산물에 그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아낸 요리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 속에서 지역 축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축은 인간의 동반자이자 협력자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인류의 역사는 가축을 통해서, 가축에 의존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축산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관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